해외 트래킹/꿈결같은 알프스 트래킹

꿈결같은 알프스 트래킹 (마터호른, 발베니, 몽블랑)... 5 에델바이스 딱 두송이.. 에델바이스 트래킹

유신약사 2018. 8. 5. 15:50

여행 네쨋날.... 2018년 7월 14일 토요일

여행 일정... 체르마트 동남쪽 에델바이스 산장을 지나 트리프트 산장을 또 지나 계속 언덕위로 걷기

                  흰점뿔 양의 서식지를 지나 회발멘을 거쳐 내려오려 했으나 중간에 비 맞고 급히 되돌아 오다

                  무지개 무지개를 만남



오늘은 어제의 트레이닝을 기반 삼아 트래킹 시간이 길 예정입니다.

오르는 길도 케이블카나 기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 올라 갑니다.

까마득히 수직으로 솟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저 에델바이스 산장을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겁이 나는데요...

힘든 것 만큼 아름다운 길이 펼쳐질까요?





오늘의 일출은 구름모자 쇼 입니다.






다들 긴장한 모습으로, 그러나 기대에 찬 모습으로 천천히 천천히 길을 나섭니다.

만만찮은 고도를 올라가야 하기에 처음부터 숨찬 오르막입니다.







왼편 아래로 체르마트 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꼬불꼬불 골목길을 돌아 산으로 접어 듭니다.





동네 뒷산 가듯 천천히 한발씩 떼는 걸음들...

산에 갈 때 제일 힘들다는 고비... 초반 30분을 열심히 걷고 있는 우리를 마터호른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네요.







약간 올라왔나 봅니다.

집들이 이제 조금씩 멀어지고, 패러글라이딩이 떠있는 하늘이 점차 가까워집니다.








강작가님 패러글라이더 예쁘게 잡으셨어요?








왼편 꼭대기에 높이 솟아 있는 저 에델바이스 산장이 우리의 1차 목표입니다.

이 때는 위를 보면 못갑니다.

기가 질려서 포기하고 싶어지거든요.

제가 재작년에 왔을 때 완전 겁먹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ㅎㅎ

그냥 내 발 끝만 보고 한걸음씩 천천히.. 쉬는 시간은 짧게...








동지들이 잘 오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길가에 핀 꽃도 예쁘다 말 한번 건네며, 가쁜 숨을 고르면서 올라가는 길..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들숨 날숨과 내 발끝에 신경이 집중되는 시간,

시선을 잡아끄는 절경은 아직 저 멀리에 있고, 지금은 오로지 그 곳으로 향하는 내 체력과 내 의지의 소리를 듣게 되는 시간입니다.

에델바이스 트래킹은... 제게는 명상의 길이었지요.






제법 높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급한 오르막을 오르기에는 체력의 난조를 겪는 동지들이 속출합니다.

2000미터 가까이 되는 고도에서 산행을 하기가 녹록치는 않은가 봅니다.

그래도, 1차 목표인 에델바이스 산장까지는 어떻든 올라가보자고 자양강장제를 먹이고, 물 한모금 먹이고,

쉬었다가 걷게 했다가.. 다그침 반, 격려반.. 그렇게 걸음을 재촉합니다.

재작년 맨 꼴찌에서 느릿느릿 걷던 제게 용기를 주던 언니들이 생각나네요. ㅎㅎ

짐 들어 준다해도 고집 부리고 끝까지 들고 가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며 이를 앙다물던 내가 얼마나 안타까워 보였을까요.. ㅎㅎ

그 자리에 서 보아야 그 마음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이 바위를 오르다가 유명을 달리한 등반가들의 추모장소 입니다.








야~ 이제 에델바이스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올라왔나봐요.







에델바이스 산장 주변으로 야생 에델바이스 꽃이 지천일 줄 알았더니만...

화분에 잔뜩 길러놓은 에델바이스만 있고, 야생 에델바이스는 못만났어요. ㅎㅎ  매우 서운...


자 이제 우리는 취향에 따라 코스를 나누어 산행을 진행합니다.

저는 그냥 계속 올라가는 조로 따라 갑니다.






아직 녹지 않은 눈덩이가 바위처럼 버티고 서있는 길을 지나






눈 녹은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계곡 옆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격려하면서 한발 한발






조금전에는 저기 위에 보이던 폭포 시작점이 어느새 가까워지고






이제는 계곡을 건너 건물 옆을 지나쳐 갑니다.






돌아보니 아득히 멀어져 있는 세상






슬슬 꽃밭이 시작됩니다.

어제 봤던 아이들과는 또 다른 꽃들이군요.






꽃잎에 한가로이 무당벌레가 일광욕을 하며 앉아있고






우리는 마치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려는 듯 높이 높이 올라갑니다.






앗! 알프스 할미꽃은 허리가 꼿꼿해요! ^^






하염없이 올라가면... 끝이 있기는 할까요?






에고고 좀 쉬었다 갈까요?






선배니임~~~ 다 왔나봐요~~!!






에구 그럼 같이 또 올라가 봅시다.






까마득한 저 길을 우리가 한발 한발 올라왔군요.







이야~~!! 트리프트 산장입니다~~!!

우리의 2차 목표이자 점심시간 ^^







산장지기 아저씨가 연주하는 알펜호른을 들으며 환상적인 뷰의 정원에서 식사를 하다니...







올라온 보람이 크지 아니한가 말입니다. ^^






야생의 에델바이스는 도대체 어디에 있냐는 우리의 질문에 트리프트 산장 아저씨가 알려준 야생 에델바이스 딱 두송이






우리를 사지로 내몰 꿍꿍이를 하고 있는 듯 가이드님들..

이번 트래킹 내내 30분만 가면 된다며 희망고문과 얼렁뚱땅 대답으로 복장터지게 했지만,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로 안내하여 우리를 기쁘게 해주신 공로를 인정합니다. ^^






점심을 다 먹고 이제 다시 출발입니다.





흠흠.. 멋진 뒷태의 김약사. ^^






알핀로제 곱게 핀 언덕을 돌아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입니다.

멀리 보이는 지그재그 길을 따라 또 얼마를 올라가게 될지요.

그런데, 완전히 꽃길이라... 너무나 신이 났습니다.






저도 이렇게 이자리에 꽃으로 피어서 햇살 담뿍 받으며 무념무상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꽃이.. 한송이만 피어있는 것 보다 무리지어 있는 것이 훨씬 예뻐보입니다.

역시... 꽃이나 사람이나... 독불장군 보다는 어우러질 줄 아는 것이 더 멋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지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길을 가는 사람들






어느새 트리프트 산장이 저기 멀어졌습니다.







이제 또 잠깐 쉬어 갑니다.

동장님도 발을 떼기가 아쉬우신지 느린 시선으로 뒤를 돌아 보십니다.






잠깐 쉬는 이틈을 타서 김약사 노래 한 곡, 가사 음정 틀려가며 불러 드리고..






도대체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또 올라갑니다.

어제는 내리막 대잔치더니.. 오늘은 오르막 끝판왕입니다.







투덜거리다 올려다 보니 앗!! 오늘은 찾을 수 없었던 마터호른이 까꿍을 하네요.. ^^

이제 거의 다 올라왔나봐요.






이 높은 산길을 저렇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대단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점점 커지는 마터호른을 마주보며 이제는 완만한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점점 구름이 두꺼워집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산을 시작합니다.

완만하고 오래 걸리는 코스로 내려갈 것인지, 가파르고 빠른 코스로 갈 것인지...

우리는 완만한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고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비옷을 꺼내 입고 카메라는 배낭에 넣어버리고... 이제부터는 사진도 찍지 않고 가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빗줄기가 거세어지고 천둥소리가 가까워지자..

다시 돌아서 빠른 하산을 하기로 결정한 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오던 길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니 급격히 추워졌고,

아무리 화창하게 시작한 날씨라도 비옷과 보온할 수 있는 옷은 꼭 배낭에 챙겨 나가야 한다는 대장님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를 배낭에 지고 걸으니 한결 수월하네요

목에 저 무거운 카메라를 걸고 다니는 일이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군요.


비를 맞으며 미끄러운 급경사길을 내려오자니, 발가락과 무릎이 점점 아파옵니다.

긴장되기도 하고 스릴있기도 하고...그렇게 얼마를 내려왔을까요?

다행히, 금방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왔습니다.


누군가 소리 쳤습니다.


무지개다~~





우왕~!

저렇게 발 밑에 무지개가 생겼습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신이 나서 하산길을 재촉했습니다.






이왕에 다시 카메라를 꺼낸 김에.. 빗물에 깨끗이 얼굴을 씻고 반짝이는 꽃에게 인사를 건네 보았습니다.






또 걸음이 늦은 저는 뒤로 처지고... 빠른 속도로 하산하고 있는 동지들이 보입니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개울을 따라 꽃들이 지천입니다.

여기 피어있는 아이들은 또 못보던 아이들입니다.






아이공... 열심히 피느라고 수고합니다.






메두사 머리같기도 하고, 왕관 같기도 하고...






톳나물이 이슬을 머금고 있습니다. 허허허






나란히 나란히 회오리를 닮은 꽃 ^^





오후빛을 받은 꽃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






꽃타령하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체르마트가 가까워졌습니다.







하루 종일 힘들게 걸었건만, 뭐가 또 아쉬웠는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오후햇살이 그려놓은 은빛세상이 향연을 하든 제 눈을 반깁니다.

아!!!

이런 선물을 제게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체르마트에 거의 다 왔다는 표지판을 보니..

아쉽기도 하고, 아픈 발가락을 위해 다행이기도 합니다.


잠깐 더 걷고 나니 체르마트 시내...

마트에 들러 과일을 좀 사고... 맥주도 좀 사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사랑하는 동지님께 아이스크림도 얻어 먹고...

다리는 고생하고, 눈과 마음은 신이 났던 축복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아까 에델바이스 산장에서 헤어졌던 여유팀을 만나 보니...

최초 30분의 빡센 트라우마로 마음이 좀 너덜거린다고 했어요.

음... 걱정이 좀 됩니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여행 속도와 패턴을 생각해 보시게 되면 좋은 해결책을 찾게 되겠지요?


맛보기 트래킹 이후 바로 힘든 심화코스를 수행해 내느라 오늘 우리 동지들은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맥주와 수다 혹은 반신욕, 맛있는 음식 먹기... 저 마다의 방법으로 오늘의 피로를 잘 털어내시고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버스를 타는 시간이 걷는 시간보다 훨씬 많으니 안심이지요?


어제와 오늘은 마터호른의 앞 모습을 요모조모 살펴보았고,

내일은 마터호른의 뒷통수를 알아보러 떠납니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세르비니아에서 조금은 쉴 수있는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힘든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