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의 여행

숙대앞 추억여행

유신약사 2015. 5. 27. 17:58

이번 인사동 사진 강의 숙제는 나의 과거와 관련있는 장소를 찍어 오기 입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엄청 고민했는데요.

그래도, 학창시절의 기억이 많이 어려있는 학교앞 거리가 제일 좋겠지요.

초파일 어스름녁에 대학 입학해서 부터 지금껏 단짝인 인희와 함께 추억여행을 하러

숙대앞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숙대 캠퍼스를 보고는 이대와 비교해서 좁고 옹색해 보여서 어찌나 실망을 했었던지요. ㅎㅎ

특히나 약대는 외따로 떨어진 곳에 무슨 초등학교 건물처럼 덩그라니 서 있어서 더욱 별로였던 첫인상 ㅎㅎ

하지만, 학부 4년과 대학원 2년 도합 6년의 꽃다운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인데,

이렇게 찾아온 것이 졸업 이후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냥 숙대앞 거리만 차로 쓱쓱 지나쳤었거든요.

 

 

 

 

 

 

 

지금은 약대와 미대, 이과대를 새로 지어서 건물이 완전 낯설었어요.

힝.. 그런데, 약대 새건물을 찍었던 사진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여기는 학생회관... 동아리 사무실들도 있고, 음대 연습실도 있었고,

늘 악기소리와 성악과 학생들이 연습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던 곳이예요.

음악 전공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제가 늘 호기심을 가졌던 곳이기도 해요. ^^

 

 

 

 

 

 

 

서관과 서관잔디.. 여기서는 교양과목 수업을 주로 했었구요.

이 잔디마당이 꽤 넓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애개~~ 손바닥만 하네요. ㅎㅎ

수업이 없는 날에는 이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해바라기 하면서 수다를 떨곤 했는데 말이예요. ^^

 

 

 

 

 

 

 

 

본관의 아이비가 원래 저렇게 무성했던가?

본관앞 연못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그당시 인기드라마였던 '아들과 딸'의 녹화현장을 구경하며

김희애와 최수종을 봤었던 기억도 떠올리고.. ㅎㅎ

 

 

 

 

 

 

여기는 기숙사..

우왓!!

깔끔하고 크게 새로 지었군요.

하긴, 그게 언젠데 그때 그 건물이 남아있겠어요. ㅎㅎ

인희와 저는 기숙사에서 3년정도 같이 생활했었어요.

밤새 서로의 연애 상황과, 공부와 고민을 이야기 하며 많은 날을 같이 했지요.

기숙사에서는 각기 학년과 과가 다른 4명이 같은 방을 쓰면서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투닥거리기도 했는데요.

미팅 갔다 돌아올 때면 양손 가득 간식 사들고,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와야 한다며 깔깔거리고..

11시 점호시간에 맞춰 돌아오느라 늘 오르막 코스 마라톤을 하곤 했던 기숙사 앞길도 참 정겨웠습니다.

 

 

 

기숙사 생활은 3학년까지만 가능했으므로,

4학년 때에는 이 골목  하숙집에서 생활을 했어요.

두꺼운 안경끼고, 무거운 책 들고, 머리는 대충 질끈 묶고, 추리닝 바람으로 강의 들어가고,

도서관과 하숙집을 왔다갔다 했던 우리가 하숙집을 정하는 기준은.. 학교에서 젤 가까운 곳 ㅎㅎ

아.. 그 때 그 집들이 그대로 있었어요.

참 신기하고 반갑네요.

 

 

 

 

 

 

 

 

 

청파분식, 선다래, 또와분식, 로즈느와, 그랑데르...

노래찾기, 빵굼터, 과천숯불갈비, 춘천 닭갈비... 흐흐흐 많은 가게 이름들이 생각납니다.

그중에 아직도 있는 집들도 있구요.

저기 복사집은 아직도 그대로예요.

수많은 복사물을 앞에 놓고 씨름을 하던 생각이 납니다.

하긴, 요즘도 복사물 들여다 보면서 씨름하는 건 똑같아요.

 

 

 

 

남영동으로 이어지는 굴다리...

저 굴다리를 지나 4호선 숙대입구 전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서울 시내를 쏘다니기도 했지요.

하 참 새롭네요.

 

여기서 우리는 다시 발길을 학교쪽으로 되돌립니다.

왜냐면... 와플을 먹으러 갈거거든요. ^^

 

숙대앞 해피하우스의 딸기빙수와 와플은 참 유명합니다.

그때도 줄 서서 먹었는데, 그 인기는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지요.

 

 

 

 

 

1989년 부터 시작된 집이라고 써있군요.

제가 91학번이니까.. 저 입학하기 2년전에 생긴 집..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어오고 있는 저 집의 딸기빙수는 아마도

설탕에 절여놓은 딸기가 비결일 것 같아요.

그냥 생 냉동딸기가 아니라, 설탕에 절여서 냉동을 시키기 때문에 더 달고 맛있어요.

그리고, 저 바삭한 와플은 크림과 잼을 함께 발라서 더 맛있는 것 같구요.

 

아함.. 역시 추억의 완성은 '맛'인가봐요. ^^

그립던 장소들도 돌아보고, 맛있었던 음식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인희와 저는..

그 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과 다른 생을 살도록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며 쉼없이 수다를 떨었답니다.

 

지금...

그때보다 많은 것이 나아지고, 또 많은 것이 괴롭지만... ㅎㅎㅎ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

 

 

 

 

 

 

아...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것...

스물 둘.. 그 때 함께 달빛을 거닐었던 그는 지금.. 어디서 누구와 이 저녁을 함께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