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날... 2017년 4월 6일
여행 일정 ...힐레 (1,430m)에서 울레리 (1,960m), 빈탄티 (2.210m)를 거쳐 고레파니 (2,860m)지역까지
트레킹 거리 10.5Km, 소요 시간 예정 7시간... 이라고 나와있으나... 실제로는 1.5배 더 많이 걸은 것 같아요.
고도도 많이 높아지고, 첫날인데 오래 걸어서.. 롯지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기진맥진...
동쪽에 해가 떠서 산이마를 비추입니다.
햇살이 퍼지고, 건너편 산장에 밥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것도 보이고..
앗!! 맞은 편 산에 무지개도 살짝 비추입니다.
우리의 여행을 축복하는 것 같습니다.
강언니가 정성으로 준비해 주신 바리스타 스페셜티 드립커피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합니다.
산행의 첫 아침을 열어준 감격의 에티오피아 게이샤 커피
향이 아주 그냥 잠을 확 달아나게 눈이 번쩍 떠지게 좋아요.
네팔의 아름다운 여인도 짐을 짊어지고 일터로 나갑니다.
부지런한 쿡팀이 차려준 고마운 밥상
미역 초무침이 왠말이니...
1인 1닭(계란 후라이) 건강하고 푸짐한 아침을 시작합니다.
방 앞에 내 놓은 카고백을 짊어지고 우리의 포터들이 먼저 출발합니다.
이들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험한 산길을 잘도 올라가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젯밤에 난생 처음 덮고 자본 원정용 침낭의 놀랍도록 따뜻한 온기와 새벽에 만난 은하수의 신비함을 이야기 하며
우리도 첫발걸음을 떼어 산을 오릅니다.
이렇게 나무 테이블만 있어도 훌륭한 카페가 만들어지는 이곳은 히말라야입니다.
날씨가 맑으면 저기 저쯤에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좀 부끄러운가봐요.
쉬이 얼굴을 보여줄 생각이 없네요.
히말라야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궈놓은 밭과 계단을 따라
개미처럼 줄을 지어 안나푸르나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타지 사람들..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면서 계속 가면 틀림없이 도착하게 된다며
우리를 격려해 주시던 든든한 박대장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저 아래에 사람들이 부지런히 빼곡히 밭을 일구며 생활의 터전을 만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온 물통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
밭에 나간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괜시리 빨래도 한번 뒤적여 보고
동백을 닮은 듯, 진달래를 닮은 듯..
랄라구라스는 지금이 활짝 필 계절입니다.
이 꽃은 네팔의 국화라고 해요.
온 산에 지천으로 피어서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지요.
커다란 랄리구라스 나무들이 계속 되는 광경은 참 장관이었습니다.
엉겅퀴 가시가 꽤 거세어 보이는데 , 연보라꽃에 사뿐히 앉아 꿀을 찾는 나비는 너무나 예쁩니다.
산길을 돌고
마을 길을 걸으며
웃음꽃도 피우고 이야기꽃도 피워 올립니다.
괜히 남의 집 축대에 피어있는 꽃도 한번 눈여겨 보고
골목길 내려오는 꼬마에게 말도 걸어봅니다.
동생이 꽤 큰데 무겁지 않니?
도하쌤~~ 뭐하느라 안와요??~~ 빨리와요!!~~ ^^
네 동장니임~~~
먼 길을 떠난 가족이 있는지... 아픈 사람이 있는건지.... 뭔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있는지
대문에 피워올린 향이 눈에 띕니다.
하늘처럼 파란 지붕에 예쁜 분홍색으로 기둥을 칠하고 계단마다 정성스레 흰색을 칠한 집
난간에 하얗게 빨아 널어 놓은 이불..
이집에는 천사가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앗.. 생강 아주머니가 생강을 이고 와서 팔고 있습니다.
2키로 줘유?
요새는 비가 너무 잦아서 생강이 많이 물렀네.. 좀 싸게 줘유~~
아.. 여까정 이고 올라오는 일이 보통일이간디.. 내 어깨며 허리며 월매나 힘드는디... 깎고 그르지 마유~~~
에구...인자 또 얼매나 남은겨... 이길 계속 올라가서 오늘은 다 팔고 가얄낀데... 힘들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이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나....
온가족이 모여앉아 수다떨고 게임하고 즐거운 한때
이동네 여자들은 여기다 모였슈~~~
이동네 양말들은 여기에... ^^
옴마~! 이동네 옥수수는 여그 다 모였나? ^^
당 떨어지신분 안계신규??
세계 각나라 당들이 다 모였슈~~
축담에 핀 꽃들은 저게...
심은건지... 걍 지들이 핀건지....
뉴비젼 게스트 하우스를 지나
천국의 경치 게스트 하우스에서 물도 한모금, 햇볕도 한모금
지친 다리를 잠깐 쉽니다.
인사동 미모 체력 담당들^^
도쌤 물 채우고 오세요~~ ^^ 네네~~
만국기 처럼 펄럭이는 룽다..
룽다는 바람이 읽어 전하는 기도...
우와 이 롯지는 거의 마트수준입니다.
부지런한 농부가 갈무리해 좋은 옥수수 롯지... 엄청 부자인거 같아요. ^^
히힛, 요 두마리 잘 키워서 자식들 가르쳐야쥬~~ ^^
무채색 바위사이에 널어놓은 알록이 이불들..
오 드디어 우리는 점심 먹을 식당에 안착했습니다.
이거 인테리어 하니라고 돈 좀 솔찮히 쓰셨다는 어느분의 농담에 허리를 젖히고 웃어봅니다.
김정일 선생님 사진입니다. ^^
오늘의 점심은 비빔밥 ^^ 계란 반숙 후라이 하나씩 딱딱 얹어서 고추장 넣고 쓱쓱 촤라랍^^
강재선 선생님께서 찍어 주셨습니다. 요소 섹쒸~!
먹고 나니 살 것 같고, 신발 벗으니 날아갈 것 같은 김약사. ^^
히말라야 자연산 인테리어 멋지던 레스토랑을 나와서 다시 걸음 재촉
이번에는 정글 탐험인가 봅니다.
우와 산에 있는 나무들이 정말 커요.
길가에 물매화인지 바람꽃인지... 어여쁘고 수줍은 색시들도 보이고..
하늘에서 쏟아질듯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환상의 나무들
까르르 까르르... 우리의 상가분양팀 원대한 재태크 계획도 세우고..
쏴아~~ 쏴아 ~~~
폭포수 떨어지는 계곡을 건너...
정글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날씨가 급히 나빠졌습니다.
비가 오기 시작... 우비꺼내서 입고 비를 맞으며 가는 숲길
좋기도 했고, 마음이 급하기도 했고...
우산으로 부터 자유로이 숲속에 내리는 비를 맞게 되다니... 참 좋다..
그런데, 얼마나 더 가야 우리 목표지에 도달할까?? 해 지기 전에 도착할까??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이 다 들었습니다.
그래도 속도는 천천히 천천히
조금만 쉬고 꾸준히 천천히 천천히...
내가 평소에 하기 제일 어려웠던 "꾸준히 천천히 천천히"를 이번에 확실히 연습하게 될 건가 봅니다.
김정일 선생님 사진입니다.
그림같은 다리를 건너기를 몇번을 했는지...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얼마를 올라갔는지...
천천히 천천히 하늘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합니다.
이 사진도 제사진이 아닌데.. 어느분 사진인지 미상입니다. ^^
드디어, 우리의 여장을 풀 오늘의 목적지 고레파니 지역입니다.
이 대문을 지나서도 한참을 올라가서야 우리의 보금자리 전망 좋은 집이 나왔습니다.
푼힐 전망대를 올라가기 위한 교두보가 되는 지역이라 방문객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롯지들이 규모가 큽니다.
푼힐 전망대는 세계적인 일출 명소인데,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봉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라서
8,000m 봉우리 두개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몰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롯지를 짓느라 바쁩니다.
기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하나하나 손으로 짓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시멘트를 이겨서 그걸 손으로 던져요. ㅎㅎ
롯지 식당 창문으로 감상하는 다울라기리의 일몰....
해가 지고 별이 떠서
한밤에 옥상에 나가보니 이런 모습으로 히말라야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오늘의 여정은 참으로 길고 힘들었습니다.
짐을 푼 고레파니지역은 해발 2,860m.
만만치 않은 해발고도에 이미 고소증이 온 일행이 생겼습니다.
울렁거리고 토하고.. 안색이 창백해지고...
그래서 우리는 전부다 지금부터 고소예방약인 '아세타졸아마이드'를 복용하기로 했습니다.
3일 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에 만날 지도 모를 고소증을 미리 예방하기로 한것이지요.
그리고, 전원 샤워 건너뛰기 했습니다.
하루종일 비맞고, 땀흘리고, 씻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고소증에 대한 우려가 컸고, 오늘 처음 해본 만만찮은 걷기에 놀라서
컨디션 챙기기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날씨는... 잠깐 별사진 촬영을 허락한 후로 미친듯이 변했습니다.
밤새 비오고 천둥치고 벼락치고, 이세상 끝날 듯이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을 설쳤지요.
저도 약간의 고소증 비슷한 느낌을 느꼈습니다.
심장이 묵직한 느낌으로 숨 쉬기도 약간 답답했구요...
심한 증상은 아니였지만, 조심해야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챙겨서 푼힐 전망대에 일출을 감상하러 간다고..
추위대비하는 복장으로 나오라고 대장님은 말씀하셨는데,
밤새 천정과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과연... 내일 일출 보기를 할 수 있을까???
수천번 걱정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진짜... 내일 푼힐 전망대 갈 시간에 비는 그칠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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