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넷째날 ... 2017년 4월 7일
여행 일정 ... 새벽 4시 기상 푼힐전망대(3,210m) 일출보러 출발 ... 8,000m급 봉우리인 안나푸르나 1봉과 다울라기리와 파노라마로 펼쳐진 설산들을 감상
롯지로 귀환 아침 식사후 고레파니를 출발하여 빈탄티 (3,180m) 지나 츄일레(2,560m)까지가 일정표상 목적지였으나, 초보들의 체력상황과 기막힌 전망을 고려하여 타다파니 (2,630m) 에 여장을 품
약간의 고소증을 느끼며 긴장 속에 잠이 든 우리는
새벽 내내 창문을 부술듯이 때려대는 빗방울의 교향곡으로 잠을 설치고,
과연 오늘 푼힐 전망대는 계획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을 하며,
새벽 4시가 가까워 오자
그래도 신기하게 떠진 눈을 대견해 하며 수런거립니다.
"대장님 방에 가서 여쭤보고 와~! 계획대로 전망대 가는 건가?"
어쩐지 못 올라 갈 것 같은 예감으로... 그래도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해드렌턴을 머리에 달고
스틱과 장갑과 카메라를 챙겨 식당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옆방의 외국인들은 챙겨서 나가고 있군요.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제 저녁 고소증으로 나빠졌던 컨디션은 어떠하신지 안부를 묻기에 바빴습니다.
처음으로 아세타졸정 반알을 먹어보았더니,
손과 발이 찌릿찌릿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느꼈고,
밤새 화장실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했다며 서로의 증세에 대한 의견교환으로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다행히 좀 심하다 싶은 증상을 호소했던 분들도 말짱해진 상태..
이제는 새벽내내 미친듯 했던 날씨 걱정에 수다를 풀어 놓습니다.
과연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대장님의 출발명령에 반신반의하며 푼힐 전망대를 향하는 우리들
초보 겁쟁이 트래커인 저는 새벽 한기에 얼어죽을까..
혹시나 체온 저하로 고소가 올까.. 앞선 걱정에 바지를 3개나 껴입고, 윗옷은 말할 필요도 없이 뚱뚱하게 껴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덕분에 ㅠㅠ
산을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등에서 땀이 흐르고, 옷이 급 무거워짐을 느끼며 기진맥진해 버렸지 뭡니까.
그리하여, 카메라가 든 배낭을 포터인 "무꾼다"에게 맡겨버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정작 중요한 일출 순간에는 아직도 푼힐 전망대에 도착하지 못한 카메라를 그리워하며
그 유명한 푼힐의 일출을 카메라에 담는 대신 마음에 담아 두어야 했다는 슬픈 전설을 쓰고야 말았습니다. 어흑
원래 산행 출발할 때는 조금 추운듯한 옷차림으로 시작하면 20분 정도 지나면서 운동으로 몸에 열이나고 온도가 맞춰진다는 상식을 무시하고,
그저 조금이라도 덜 춥겠다고 단단히 대비한 것이 화근이었지요. ㅠㅠ
3000m이상의 고도를 올라간다는 긴장감과 날씨에 대한 걱정은
그러나, 한걸음씩 한걸음씩 발길을 옮길 때마다 사라져 갔고,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싹싹하게 웃으며 푼힐 전망대의 고산 파노라마는 우리를 빛나게 맞아 주었습니다.
따뜻한 핫쵸코 한잔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래고,
3000m 보다 높은 곳에서 해를 맞이하는 기쁨으로 들뜬 우리의 행복한 시간이 얼마간 반짝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안나푸르나 트래킹 내내 좋은 날이 계속 되기를 기도하는 내 마음을 바람이 신에게 전해 줍니다.
지진과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어도 순한 눈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네팔의 앞날에도 축복을 올립니다.
새벽부터 추위에 떨었던 속을 뜨끈한 미역국으로 든든히 채우고,
이제 또 다시 길을 나설 시간입니다.
이렇게 멋진 창밖 풍경을 두고 떠나려니 자꾸만 뒤가 돌아보이지만
또 우리 앞을 기다리는 것은 이렇게 아침햇살에 빛나는 랄리구라스 꽃길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부지런히 언덕을 올라 왼쪽으로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가는 능선길
길은 멀고 험해도, 천천히 꾸준히 조금만 쉬고 간다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점점 날씨는 흐려지고...
랄리구라스 만발한 언덕 저편에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와 히운출리와 또 이름 모르는 준봉들...
능선따라 걷다 쉬는 자리에 타르쵸와 룽다는 어김없이 펄럭이고...
두꺼워진 구름에 서둘러 옷을 꺼내 입고 길을 재촉합니다.
마치 매화처럼 진달래처럼 잎이 피기전에 꽃부터 피어 오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비추는 꽃등불
얼마를 걸었을까.. 점점 날씨는 흐려지고.. 추워진 우리의 몸을 녹일 수 있는 커피 한잔을 하기로 합니다.
도하쌤 핫쵸코가 더 맛있다요. ^^
ㅎㅎ 그래도 전 밀크커피가 좋아요. ^^
이 산장이 지나면 이제 내리막길
어둑어둑한 하늘에서 랄리구라스 꽃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마음의 강에도 저렇게 꽃잎이 떠 다니면 좋겠습니다.
꽃잎 내려앉은 바위는 차가운 마음이 조금은 녹았을까요?
한방울 두방울 비가 시작됩니다.
히말라야 계곡에도 이렇게 사람들의 바람과 기원이 쌓여 있습니다.
거세어진 비 때문에 카메라는 이제 가방속으로 들어가고,
비가 더욱 차가워져 우박으로 변했습니다.
춥고 낯설고 고단한 발걸음을 쉬게된 자리에서
따끈한 수제비 한그릇이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이제 오후 여정에는 그저 우박과 빗속을 걷기만 했습니다.
당초 츄일레까지 가려던 계획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고, 더 좋은 전망을 보여주는 타다파니 롯지까지 가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자꾸만 굵어지는 우박을 피해 카메라는 배낭속으로 철수시키고,
거칠어지는 호흡을 발끝으로 모아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성을 다합니다.
이윽고 도착한 타다바니 롯지
여기에서 우리는 저멀리에 구름에 싸인 마차푸차레의 예쁜 물고기 꼬리를 만났습니다.
안녕? 마차푸차레?
재작년 몽블랑에서 네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부터 너의 실제 모습이 참 궁금했단다.
이렇게 실제로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어제 오늘 3,000m 넘는 곳을 올라갔다 내려온데다 나쁜 날씨 속에 걸어오느라
숙소에 들어오니 참으로 안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내려온 곳이라 고소에 대한 불안감이 덜어진 우리는 여기서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꽁치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했습니다.
식당 가운데에 나무로 불을 때는 커다란 난로가 있고 이 불로 물을 데워 뜨거운 샤워를 하게 하는 시설이었는데요.
뜨거운 물 나오게 하는 수도꼭지가 너무나 높이 달려있던 관계로 재미있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ㅎㅎㅎ
(자세한 내용은 비밀입니다. ㅋㅋ)
맥주도 한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저는 또 12시 정도에 눈이 떠졌는데 말입니다.
아...
어느새 두꺼운 구름들은 물러가고
저 멀리 하얗게 달빛을 받은 설산들이 제게 너무나 장엄한 광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으로 잘 전하지 못하는 저의 한계를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별을 이고 앉아서 우리를 지켜주는 밤을 보내며
무슨 꿈을 꾸었던가....
지금 그 꿈이 생각나지 않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풍경을 허락해 주신 신께 계속 감사하며 잠을 청했던 것만은 기억이 납니다.
내일 아침 저 풍광 뒤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또 얼마나 장엄할지...
마음 설레며 잠을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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