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에서는 해가 이렇게 뜨는 거란다...
아침밥은 오디서 묵을끼유?
추븐디 들어가서 먹지?
그랴도 션허게 마당에서 묵지?
어디서 아침식사를 할지 열띤 토론중
뱀부마을은 이렇게 대나무 지천이라서 뱀부 마을이지요.
이제 어느만큼 올라왔는지 마차푸차레가 숨바꼭질하듯 숨었습니다.
비가? 설마 올까?
눈부시기만 한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거대한 나무를 지나 얼마를 갔을까요?
롯지가 하나 나옵니다.
우리 여기서 커피한잔 하고 가요~~
2,900m 고지의 히말라야 롯지
첫날 도착해 하루를 묵었던 고레파니와 거의 비슷한 높이입니다.
그런데, 며칠을 오르락 내리락 적응 훈련을 잘 마쳐서인지
걱정했던 숨가쁘거나 속 메스꺼운 고소증세는 전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히말라야 커플 2호
여기 이 포인트에서 사진이 예쁜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도 커플샷 시도해봤습니다 아하하하
우리가 쉬는 동안 산위로 심상찮은 구름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롯지에 뭐를 파는지.. 얼마에 파는지 궁금하셨다구요?
이거 보시면 궁금증 해결~
이제 다시 ABC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향해 출발~
많이 흐려졌습니다.
바람도 제법 쌀쌀하구요..
옷 좀 챙겨 입고 가야겠습니다.
히말라야 폭포의 위용
여기도 기나긴 폭포수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중입니다.
맙소사 점점 더 구름은 두꺼워지고
범상찮은 모습의 바위가 더 멋있어 보입니다.
산굽이 하나 돌며 까꿍 ^^
돌아본 하늘에는 해가 아직 떠있으나
산골짜기에 부딪힌 구름은 자꾸만 그 크기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이 꽃은 이렇게 높은 곳에만 피는 꽃인가봐요.
마치 매화처럼... 고레파니에서 츄일레로 가는 길 중에서 초반 고원지대에서만 만났던 이 꽃이 여기도 많이 피어있습니다.
고운 자태로..
점점 높아질수록 체력부담이 커지고 속도도 느려지고 심각한 표정이 되어갑니다.
엇
이 회색의 풍경은 무엇일까요?
눈입니다.
눈이 쌓이고 진흙과 섞여있는 곳
빙하가 쓸고 내려간 모레인(morain) 지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4월에는 안나푸르나에서 눈을 보기 어렵다는데, 운이 좋은 우리는 눈위를 조심조심 걸어서 안나푸르나를 만나러 갑니다.
오 저기 우리의 점심 쉼터가 나타났습니다.
데우랄리 (3,200m) 롯지입니다.
여기 떡시루처럼 쌓인 바위 위를 빙하수가 쉼없이 흐르는 장엄한 폭포를 지나서 잠깐 올라갔습니다.
오늘 점심은요~~
한국인의 힐링푸드 라면입니다. ^^
계란 탁, 파 송송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어느새 창밖에는 사분사분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여름날씨부터 겨울날씨까지를 거쳐온 우리는 약간 지쳤나 봅니다.
라면 국물 한모금 하니 살 것 같다며 다시 수다와 웃음을 피워 올리는 우리를 보며
외국인 가족이 놀라와 합니다.
느그들은 그 음식을 다 싸갖고 댕기니?
ㅋㅋㅋ 그랴~~ 우덜은 포터들 아주 많이 델구 댕김서 가는데 마다 밥 다 해묵고 댕기~~
어디 처자여?
아~~ 아르헨티나?
반갑소 아르헨티나 어머니~ 저 우에 가서 또 만나요~~
우박 맞고 떨던 날...
온갖 날씨 체험 다 한다며..
여기에 이제 눈만 내려주면 완벽하다 했더니
오늘은 드디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네요.
우리들 기도발이 아주 끝장입니다. ㅎㅎㅎ
시야는 더 어두워졌고
이제는 돌아보는 풍경마저 수묵화가 되어갑니다.
이렇게 장엄한 광경을 허락하시다니...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흑백의 풍경에 빨간 사람하나... 그림같은 장면에 마음이 설레입니다.
눈속에 핀 저 연분홍 꽃이라니...
단아하고 애처롭고...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사붓사붓이 그러나 굵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꽃이 피어있는 길을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는 건
고산지방이어도 여기가 고산인지 마져 잊게 하고 내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비옷으로 무장을 하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힘들지만 잘도 따라와 주던 우리팀
그냥.. 나는.. 이 지구의 작은 먼지일 뿐
내리는 눈에도 피어있는 꽃에도
장엄히 서있는 산에도
그져 경외할 수밖에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존재..
지금 이순간 지금 여기... 간절한 기도를
신이여 허락 하소서...
이렇게 춥고 얼어있는 땅에도 생명은 열기를 품고 올라오고 있었고
그걸 대하는 우리는 이렇게 무릎을 꿇을 밖에는 도리가 없었지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진정 살고자 하는 생명의 열기는 언 땅을 녹일 수 밖에 없다.
얼마를 걸었는지...
눈을 들어 언덕을 보니
오오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우리가 짐을 풀 곳입니다.
아름다운 인사동
드디어, 우리 생의 가장 높은 곳에서의 하룻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안녕? 이렇게 가까이에서 인사하게 되는구나
안나푸르나 사우스픽!!
구름사이로 노을이 생기는 걸 보니 내일은 날씨가 맑을 건가 봅니다.
MBC에서 만나는 마차푸차레는 저렇게 생겼습니다.
지는 해가 아쉬워 얼굴이 붉어진 모습
다들 많이 지친것 같습니다.
저녁식사시간까지 배고파서 기다리지 못하겠다며 아우성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간식으로 네팔 사람들이 많이 먹는 빵을 시켜 먹어보기로 했어요.
이름하여 구릉 빵과 차파티
구릉빵은 양쪽에 기름에 튀긴 빵이구요.
안에 공기가 들어가며 살짝 부풀었어요.
과일잼이나 꿀을 발라 먹거나 치즈를 얹어 먹는 건데요.
고소 바삭한 맛이예요.
가운데는 차파티.. 밀반죽을 화덕에 구워서 마치 화덕피자 도우만 먹는 느낌..
담백 고소했는데요.
출출한 차에 시켜봤더니..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ㅎㅎ
아쉽고도 맛있었어요...
아웅 또 먹고 싶네요. ㅎㅎㅎ
이거 주문 할 때 우리 포터 치링은.. 달밧도 한번 먹어보라했어요. 자기네들 주식인데 카레라이스 비슷한 거라며...
그런데, 달밧을 먹어볼 기회는 못찾고 말았어요. ㅠ
이때쯤 달이 떳을까?
어김없이 눈이 떠져서 나가보니
마차푸차레 봉우리 위에 달이 웃고 있었구요.
그 달빛을 받은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이렇게 빛나고 있었어요.
여기는요
너무너무 추워요.
그래서 오래 밖에 있지는 못하고 얼른 들어가서 다시 누웠답니다.
오리털 파카 입은채로요. ㅎㅎㅎ
그리고, 높은 지대이니 고소가 살짝 느껴지긴 했어요.
심장이 묵직하고 숨이 조금 찬 정도..
그래서 걱정이 되어 비스듬히 누워서 잠을 청했지요.
얼마나 잤을까요?
주책처럼 또 떠진 눈
밖에 나가보니 달님이 이제 안나푸르나 쪽으로 옮겨 왔어요.
아니죠... 지구가 조금 돌아갔지요. ^^
그 달빛을 이번에는 마차푸차레가 받아서 이렇게 빛이 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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