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래킹/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9. 나는 무엇에 이끌려 여기에 왔나...ABC

유신약사 2017. 5. 6. 20:18


여행 여덟째날 .... 2017년 4월 11일
여행 일정 ... 새벽 4시 MBC출발(3,700m)  중간에 장엄한 ABC 일출 맞이 후 우리의 최종 목적지 ABC (4,130m)도착 고 박영석과 그 동료들 추모비 참배 후 MBC로 하산하여 아침식사 후 하산... 히말라야 롯지 (2,900m)도착 점심 후 도반 롯지(2,600m) 지나 뱀부롯지(2,310m)에서 고단한 몸을 쉬게하다.






설레고 긴장되는 최종 목적지를 앞둔 길..
하나의 목표를 성취한다는 것은
한없이 뿌듯하고 어딘지 허전한.. 묘한 감회를 느끼게 하지요.








머리에 불을 하나씩 밝히고 한발짝 한발짝 앞선 이의 발자국을 따라 정상을 향하는 길









여명이 조금씩 걷히고 산 이마가 빛나기 시작합니다.








많이 숨차고, 조금 겁나고, 약간 어지러웠고,

무한한 감동으로 가슴이 뻐근해 왔습니다.









매일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는가에 따라

그 감동의 크기는 차이가 큽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은 흐르고

숨기고 싶었으나 흐느낌이 커져서

앞에 가는 동료에게 들켜버린 내 울음소리...









한동안 짐승처럼 울어가며 걸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짐승들은 이런 상황에서 울지는 않겠지요.

나약한 나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떨어보는 호들갑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듭니다.










다들 신났구만, 나만 뭔가 억울한 표정 ㅋㅋㅋ

바보..

신나야하는 상황에서 울어버리는.. 나는 정말 바보...










십 몇년 전 처음으로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 그런 곳이 있구나...했다가..

또, 수 년 동안을... 나는 과연 그곳에 한번 가볼 수 있을까??? 했다가..

또, 수 개월을 그날에 나는 진짜 출발할 수 있을까??? 했었고..

드디어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또 깊은 산 어느 곳에서 부터 시작하여

몇날 몇일을 내 두 다리에 의지하여, 땅을 딛고, 공기를 느끼고, 나무와 꽃을 기뻐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엇에 이끌려 ...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여기까지 나는 오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을 선물받게 되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마치 고소증을 겪는 것처럼 어질어질하고, 숨이 가빠오며, 심장이 뻐근해 옵니다.

그 장소의 기억이 감각에도 각인되어 그대로 다시 살아나는 가봐요.










여기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우리 인사동 다 같이 무사히 도착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유리에도 새겨진 안나푸르나의 설봉...


우리.. 참... 대견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 아름다운 롯지에서...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해낸 뿌듯함과 급히 덮쳐오는 배고픔을 달래려고 피자를 세판이나 시켜서 와구와구 마구 먹었습니다. ㅎㅎㅎ
새벽에 기상하여 눈길을 긴장하며 걸어오느라
안도의 기분이 들자마자 배가 몹시 고팠거든요.
그리고 이 높은 곳에서 뭐 하나 먹어줘야 하는 거니까요. ㅎㅎㅎ
성취감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한 잔치... 열어야 하는 거잖아요?








배고픔을 물리친 우리는 지금 어딘가로 갑니다.








그 사이에 마차푸차레 위로 해가 높이 떠 올랐군요.








우리는 이 안나푸르나의 어느 계곡에서 영원히 잠들어있는 한국의 위대한 탐험가 세 분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앞에 와 있습니다.








그들은 저기 멀리 안나푸르나의 꼭대기를 가기 위해 여기서 또 더 힘든 발걸음을 시작했겠지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커다란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말입니다.








춥고 미끄럽고 멀고 숨쉬기 힘들어 보이는 저 높은 곳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또, 그들을 저기로 이끌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방은 고요함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세상을 보는 이분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평안하실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던 중에 잠들게 되었으니.....행복하시겠지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우리들...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산을 떠도는 영혼을 위한 룽다와 타르쵸..

그들의 영면을 기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자.. 이제...다시 길을 갑니다.
지금부터는 이 여정을 잘 마무리하는 길입니다.

뿌듯함과 아쉬움을 마음에 새기고
가벼워진 마음만큼 빨라진 속도를 느낍니다.







MBC가 가까워 오자 내려온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MBC에 도착하여 하산할 채비를 합니다.

짐을 꾸리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남경자 약사님 사진입니다.




그런데, 고소증 중에는 아주 입맛을 사라지게 하는 현상도 있는가 봅니다.

저는 정말 숟가락이 무겁고 밥을 씹어 넘기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도 한동안 계속되던 입맛 상실증 덕에

돌아와서 제 몸은 아주 슬림해 졌습니다. 하하하

멋진 다이어트 여행이 되었지 뭡니까.. ^^








내려오는 길은 올라갔던 길과는 달리 쨍한 날씨였습니다.







어제 사분사분 눈이 내리던 그곳의 느낌과는 같은 곳 다른 느낌








뉘 부르는 소리 있었던지...

어쩐지 아쉬워진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내려갈때는 산 중턱으로 걸어갔는데, 내려 오는 길은 계곡 옆으로 걸어 봅니다.








내내 유쾌했던 우리 일행..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유쾌함으로 살아가기를...








바위 뒤 그늘에 피어있던 예쁜 꽃도 눈에 보이고









저기 산들 사이로 뾰족하게 보이는 설산은... 내생각은 마차푸차레.. 대장님 생각은 마차푸차레 아니라 이름없는 봉우리..
둘이 서로 우기다.. 그냥 맘속에 자기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기로..
그러니까 너는 내게 마차푸차레의 다른 모양의 얼굴 .. ^^






앗 여기 이자리는?

다시 히말라야 롯지...

김치볶음밥을 점심으로 먹고..

이젠 사진 찍기도 좀 귀찮아진 상태..

고소증 약간 있어서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병숙쌤








그리고, 어느새 도반 롯지도 휙 지나고 뱀부 롯지...

성수기라 방 잡기도 어려웠던...

그래서 강쌤이랑 한침대에서 사이좋게 밤을 보냈던... ^^








며칠사이 새봄이 깊어져서 예쁜새싹이 더 많이 나왔어요.









아 우리는 저 아름다운 마차푸차레의 노을을 더 볼 수 있을까요?
귀가 빨개진 것 같아요...
부끄러우냐? ^^





남경자 약사님의 귀중한 사진 감사합니다... 떡진 머리 으짤끄냐... ㅠㅠ



우리는 이 뱀부 롯지까지 아주 긴 내리막 산행을 하였고,
오늘은 기어코 샤워를 하리라... 즐겁게 내려왔지만..
어찌된 셈인지 다들 샤워장에 가까이 갈 생각은 접어두고
맥주부터 시켜서 들이키기 시작하여..
마침내 걸판진 하산 파티로 다들 샤워는 저 멀리 안나푸르나에 두고 온걸로 치자는 꿍꿍이 동맹으로
모두들 술냄새와 땀냄새로 쩔은 몸을 푸파푸파 코골이 양념에 무치고 밤새 파절이가 되었다는 전설을 썼답니다. ㅋㅋㅋ



걸판진 하산파티에는 또 재미진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으니....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 높은 4,130m... 그보다 쪼매 더 높이까지 갔다 오느라고 고소에 살짝 데쳐진데다가
하루만에 엄청나게 긴 하산길을 걸은 덕분으로 몸은 정말 솜뭉치 같았고..
거기에 맥주 한잔이 들어가니...
이건 뭐.. 홍인종... 불타는 고구마?...
이런 상태에서 듣는
한국의 내로라 하는 탐험가들의 재미진 이야기...
안빠져 들 수가 없었지요.
고 박영석, 허영호, 엄홍길, 오은선.. 뭐 ..
이날까지 살면서 별로 내인생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분들의 인생이지만
갑자기 이분들의 이야기가 감동과 눈물로 다가오며 감정이입이 확 되던 저녁이었습니다.

그렇게 쓰러져 잠이 들었고...
그냥 아침까지 쭈욱 잤으면 좋으련만...
맥주를 많이 마셔서 또 화장실은 저를 불렀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차에
또 달빛에 이끌려
한참을 추위에 떨면서도 또 밖에서 밤마실을 즐겼다는 후문이...
사진은? 이날은 못찍었어요.
하지만, 이날은 리얼 보름이라서 그동안 받았던 달빛보다 더 좋은 에너지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말타고 내려갑니다.
그리고, 촘롱까지 가서... 온천 마을 지누단다로 가게 됩니다.
말... 큰 말은 아니고.. 조랑말처럼 자그마한 체구의 말인데요...
잘 탈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