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불을 하나씩 밝히고 한발짝 한발짝 앞선 이의 발자국을 따라 정상을 향하는 길
여명이 조금씩 걷히고 산 이마가 빛나기 시작합니다.
많이 숨차고, 조금 겁나고, 약간 어지러웠고,
무한한 감동으로 가슴이 뻐근해 왔습니다.
매일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는가에 따라
그 감동의 크기는 차이가 큽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은 흐르고
숨기고 싶었으나 흐느낌이 커져서
앞에 가는 동료에게 들켜버린 내 울음소리...
한동안 짐승처럼 울어가며 걸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짐승들은 이런 상황에서 울지는 않겠지요.
나약한 나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떨어보는 호들갑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듭니다.
다들 신났구만, 나만 뭔가 억울한 표정 ㅋㅋㅋ
바보..
신나야하는 상황에서 울어버리는.. 나는 정말 바보...
십 몇년 전 처음으로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 그런 곳이 있구나...했다가..
또, 수 년 동안을... 나는 과연 그곳에 한번 가볼 수 있을까??? 했다가..
또, 수 개월을 그날에 나는 진짜 출발할 수 있을까??? 했었고..
드디어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또 깊은 산 어느 곳에서 부터 시작하여
몇날 몇일을 내 두 다리에 의지하여, 땅을 딛고, 공기를 느끼고, 나무와 꽃을 기뻐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엇에 이끌려 ...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여기까지 나는 오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을 선물받게 되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마치 고소증을 겪는 것처럼 어질어질하고, 숨이 가빠오며, 심장이 뻐근해 옵니다.
그 장소의 기억이 감각에도 각인되어 그대로 다시 살아나는 가봐요.
여기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
우리 인사동 다 같이 무사히 도착하게 되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배고픔을 물리친 우리는 지금 어딘가로 갑니다.
그 사이에 마차푸차레 위로 해가 높이 떠 올랐군요.
우리는 이 안나푸르나의 어느 계곡에서 영원히 잠들어있는 한국의 위대한 탐험가 세 분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앞에 와 있습니다.
그들은 저기 멀리 안나푸르나의 꼭대기를 가기 위해 여기서 또 더 힘든 발걸음을 시작했겠지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커다란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말입니다.
춥고 미끄럽고 멀고 숨쉬기 힘들어 보이는 저 높은 곳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요?
또, 그들을 저기로 이끌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방은 고요함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세상을 보는 이분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평안하실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던 중에 잠들게 되었으니.....행복하시겠지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우리들...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산을 떠도는 영혼을 위한 룽다와 타르쵸..
그들의 영면을 기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MBC가 가까워 오자 내려온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MBC에 도착하여 하산할 채비를 합니다.
짐을 꾸리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남경자 약사님 사진입니다.
그런데, 고소증 중에는 아주 입맛을 사라지게 하는 현상도 있는가 봅니다.
저는 정말 숟가락이 무겁고 밥을 씹어 넘기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도 한동안 계속되던 입맛 상실증 덕에
돌아와서 제 몸은 아주 슬림해 졌습니다. 하하하
멋진 다이어트 여행이 되었지 뭡니까.. ^^
내려오는 길은 올라갔던 길과는 달리 쨍한 날씨였습니다.
어제 사분사분 눈이 내리던 그곳의 느낌과는 같은 곳 다른 느낌
뉘 부르는 소리 있었던지...
어쩐지 아쉬워진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내려갈때는 산 중턱으로 걸어갔는데, 내려 오는 길은 계곡 옆으로 걸어 봅니다.
내내 유쾌했던 우리 일행..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유쾌함으로 살아가기를...
바위 뒤 그늘에 피어있던 예쁜 꽃도 눈에 보이고
앗 여기 이자리는?
다시 히말라야 롯지...
김치볶음밥을 점심으로 먹고..
이젠 사진 찍기도 좀 귀찮아진 상태..
고소증 약간 있어서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병숙쌤
그리고, 어느새 도반 롯지도 휙 지나고 뱀부 롯지...
성수기라 방 잡기도 어려웠던...
그래서 강쌤이랑 한침대에서 사이좋게 밤을 보냈던... ^^
며칠사이 새봄이 깊어져서 예쁜새싹이 더 많이 나왔어요.
남경자 약사님의 귀중한 사진 감사합니다... 떡진 머리 으짤끄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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