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섯째날 ... 2017년 4월 9일
여행 일정 ... 저 건너 촘롱마을이 보이는 전망좋은 시누와 (2,360m)를 출발하여 뱀부 (2,310m) 롯지에서 점심 먹고 도반(2,600m)을 지나 히말라야롯지 (2,900m)에서 잠시 쉬고 데우랄리 (3,200m)에서 여장을 푸는 예정이었으나, 도반(2,600m)에서 달빛을 받으며 잠들었습니다.
아마도 데우랄리 롯지에 방이 없어서 였던 것 같아요. 오늘은 긴장했던 어젯밤 예상과는 달리 설렁설렁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제 룸메이트 강쌤의 모자에 예쁜 난꽃 목걸이가 걸려 있고,
어젯밤 파티가 얼마나 흥겨웠었는지 아직도 들떠있는 남쌤의 웃음소리가 햇살을 부수며 깨끗한 공기속을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여명에 잠을 깨는 제라늄 화분.. 어렸을 때는 생선 비린내 나서 싫어했는데, 요즘은 어쩜 저리 선명한 꽃을 피울까 예쁘기만 합니다.
밤새 하늘을 흐르던 은하수는 이제 강물을 거둘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밤 흥겨운 파티의 상징물 강언니의 꽃목걸이... 오늘 내내 강언니의 모자를 장식하는 것을 담당했습니다. ^^
유럽 바리스타 1급 자격증에 빛나는 강언니의 믹스커피 서비스..
아니~! 어제도 닭한마리 푹 고아서 백숙을 만들어 주시더니... 오늘 아침에도 1인 1닭?
오늘은 아주 널널한 일정이라서 아침을 여유있게 즐기다 가기로 합니다.
뒷산에서 해가 떠오르고.. ㅎㅎ 룽다인지 빨래인지....
햇볕을 좋아하는 한련화는 여기에 자리잡은 것이 행복한 것 같습니다.
아침햇살을 받은 촘롱 마을
슬슬 떠날 준비를 마쳤지만 이 햇살을 떠나기가 어쩐지 아쉬운 강재선 약사님 ^^
하루에도 몇번씩 건너야하는 출렁다리가 가장 무섭기도 하고, 극복하고 싶기도 한 우리 이병숙 약사님
예술혼과 도전의 아이콘이지요.
이번 여행하며 처음 알게 된 박경애 선생님
차분한 말투와 다정한 웃음이 참 매력적인 분..
아이들 이야기며... 나즈막히 흥얼거리던 노래들이며... 함께해서 참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다 똑부러지게 해 내실 것 같은 우리 조혜숙 약사님
등산의 고수답게 대단한 체력을 보여주셨어요.
맑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녀.. ^^
우리팀 막내 귀요미 남경자 약사님
여행 내내 가장 막중했던 역할인 웃음 제조기 역할을 아주 훌륭히 수행한 재밌음 담당 ^^
부럽기 그지 없었던 커플 1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1박을 했다며..
지금 너의 옷차림으로 올라갔다가는 쪄죽는다며... 나 더울까봐 걱정을 해주던 아름다운 청년... 고마웡
출발하면서 자켓은 벗고 출발했슈~
산골짜기 사이로 마차푸차레가 어서오라 손짓합니다.
아직도 농사 지을 수 있는 높이라 다랭이 밭이 굽이굽이 보이고
오르막 계단도 이제는 어렵지 않아요.
아침 빛에 랄리구라스는 꽃등불을 켜고 우리의 길을 밝혀주었구요.
돌아보니 이렇게나 깊은 골짜기에 우리는 서있었습니다.
며칠 뒤 하산할 때에는 저기 굽이를 돌아가는 길로 지누단다를 지나가게 된다고 하네요.
드디어 마차푸차레가 눈 앞에 딱 서있는 롯지에 도착해서 사이다 한병씩 사먹고
우리의 모델 몸매 동장님... 인사동 회장님 김정일 약사님
마차푸차레를 가장 예쁘게 볼 수있는 자리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고산족 강언니
롯지를 떠나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나무에 요런 작은 싹도 나고 있고요.
반짝반짝 하얗고 작은 꽃도 빛납니다.
마차푸차레는 더욱 가까워지고
굽이굽이 안나푸르나를 향해 고갯길을 걸어갑니다.
햇살 받은 이끼도 올려다 보고
땅으로 눈을 돌리면 또 하얀 보석이 빛나고
잠깐 그늘을 탐하시는 이분도 그림처럼 앉아 계시고
눈길 머무는 곳 마다 나뭇잎도 꽃처럼 피어있던 길
심지어 바위도 꽃핀을 꽂고 햇볕에 졸고 있던 꿈같은 그길을 걸어
한발한발 안나푸르나가 우리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랄리구라스 꽃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마차푸차레는 멋을 부려봅니다.
길가에 뿌려진 보라색 용담 별
랄리구라스 등불
랄리구라스는 네팔의 나라꽃이예요.
우리나라의 무궁화 같은 꽃..
이 랄리구라스가 지금 4월에 지천으로 피어서 가는 곳마다 하늘 위에도 길 위에도 랄리구라스가 흩어져 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
랄리구라스가 길에 흩어져 있는 꿈같은 풍경이 제 눈에 들어온 순간
본능처럼 배를 땅에 깔고 낮은 앵글로 낙화 하나에 집중하며 엎드린 저
순간,
제 옆을 지나던 외국인 남자하나 기겁을 하고
쓰러진 저를 들쳐 업고 가야한다며... 얼굴이 파래졌습니다. ㅎㅎㅎ
엎어진 제가 체력이 바닥나서 그렇게 된 줄 알았답니다. ㅋㅋㅋㅋ
외국인 등에 업혀보는 건데... 아까비.... ㅋㅋㅋㅋ
그런데, 정작 저는 그 땅에 엎드린 순간 느껴지던 흙길의 감촉과 서늘고도 부드러운 느낌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
우리는 여자대학 선후배
계곡 지나는 길에 잠깐 발도 담그고
기원이 담긴 탑도 쌓아보고..
새싹이 별처럼 돋아있고
키가 큰 나무 끝에도 이렇게 귀여운 새싹들이 먼저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어두컴컴한 산 골짜기는 아직 추운 탓에
늦은 봄이 찾아와 산목련이 이제야 피어서 향을 퍼뜨리고
이건 내가 물망초라고 자신있게 말했으나... 마음 한구석 어쩐지 앵초 같기도 하고.. ㅎ
아마 앵초가 맞을거 같아요.
앵초는 .. 영어로 카우스립.. 이라고 하는데 소똥이라는 뜻이래요.
소똥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ㅎㅎ 어쩐지....소똥이 많긴 많아요. 여기 ㅎㅎㅎ
걷다보니 어느새 도반에 가까워졌어요.
도반에 있는 조그만 발전소
렌즈가 망원이라서 화각이 좁아요. 이것밖에 못찍어요 ㅎ
저렇게나 아름다운 달은 또 밝아서
내 마음을 일렁이니.. 달빛샤워 받다보니 어쩐지 외롭고, 어쩐지 서러워져서
두꺼운 오리털 파카 모자를 뒤집어 쓰고...눈물이 방울방울 흐르는데...
다행이다 어두워서... ㅎㅎ
아 달빛 받은 마차푸차레는 뾰족하게 하트를 만들어 저를 향해 웃음을 쏘아주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저지른 실수...
방을 나오며 밖에서 빗장을 잠궈버리고는 달빛에 취해서 한참을 있는 동안 룸메이트들은 화장실을 못가서 난리가 나고...
우리의 강언니가 큰소리를 질러 저를 한참을 부르고 나서야 정신이 들어서 방으로 돌아갔다는..
혼났슈... ㅠㅠ
혼날만 했쥬... ㅋㅋ
혹시나 불이라두 났으믄 전 정말 큰일이었을거예요 ㅎㅎ
에구..
달빛은 잠이 들고
이제는 별빛 타임
별빛 왕관을 머리에 인 마차푸차레...
심장이 묵직하게 아파오도록 아름다운 이 광경을 마음에 품고
이제는 잠이 들어야 했습니다.
내일은 마차푸차레베이스 캠프까지 고도를 무려 1,000m이상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
오늘의 천천히 일정보다는 좀 많이 힘들고, 긴장이 될 여정
그러나, 내일의 길은 열대의 꽃이 빛나던 풍경과는 또 다른 심쿵 풍경으로
마음에 오래 남는 향기를 남기게 됩니다.
기대 기대..
아직 아무도 고산증은 없어서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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