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시 ... 2018년 9월 30일~ 10월 2일
여행 일정 .... 첫날 토왕성폭포까지 가벼운 트래킹 후 속초 중앙시장 쇼핑
둘째날 10월 1일 비선대, 금강굴, 마등령 삼거리, 공룡능선, 무너미 고개, 천불동 계곡, 비선대 귀환
셋째날 인천 복귀
2015년 가을 쯤이었을 거예요.
운동, 등산 이런 일에는 전혀 무심하게 살던 제게 '공룡능선'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들려온 것이요.
그런데, 그 순간부터 제 머리에는 그 공룡능선이 마치 풀어야할 숙제처럼 자리를 잡았나봐요.
이리저리 알아보니 세상에나 힘들고 길기로 국내 최고 등산 코스라고 하네요.
궁금하기도 하고 겁도 나고... ^^
하지만, 마음에 한번 두면 꼭 하게 되는 저라는 사람인가 봅니다.
드디어 올 가을을 제일 먼저 달려가 맞으러 공룡능선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단풍 소식이 솔솔 들려오더니 제가 갔을 때에는 8부 능선까지 울긋 불긋 잔치를 시작했습니다.
첫날, 워밍업 삼아 가 본 비룡폭포를 지나 토왕성 폭포까지의 코스 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저기 왼편에 구름에 가려진 능선이 공룡능선이라고 합니다.
구름이 훅 날려버려야 할텐데 하고 빌어봅니다.
설악산 소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들어갑니다.
카드로 구매할 수 없고, 현금만 받아요.
토왕성 폭포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전에 왼편으로 들어갑니다.
아직 아래에는 가을 소식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길로만 살방살방 걸을 줄 알았습니다.
계곡에 물도 많고, 경치가 아주 좋아요.
어쩐지 조금 무서워 보이는 길이 시작이었지만 아직은 괜찮았어요.
흔들지 말라고 써 있건만 다들 흔들어대던 흔들 다리
흔들다리 중간에 흐르던 예쁜 폭포
1차 목표점 비룡폭포에 다왔습니다.
인산 인해입니다.
그리고, 다들 식사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제 토왕성 폭포까지 0.4Km 남았대요.뭐.. 가면 되겠지요.. 하고 올라갑니다.그런데, 흑흑흑 엄청 힘들더군요.생각지도 않은 복병을 만난 기분입니다.
가파른 계단 800여개를 올라서 만난 토왕성 폭포길이가 320m로 아주 길고 장엄한데, 이날은 물이 별로 없고, 꼭대기에 구름도 가리우고역광에.. 아주... 제가 사진을 잘 못찍었습니다. ^^
대신 아까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못 찍었던, 흔들다리 위에서 본 육담 폭포를 다시 찍어 보았습니다.
내려오니 광장에서 설악 문화제를 하고 있네요.우와 사진 작품들 정말 좋아요~~ !!
그리고 나서, 속초 중앙시장으로 가서 내일 도시락으로 먹을 닭강정과, 오이와, 찐빵을 사고, 저녁밥으로 물회와, 회덮밥을 먹고 돌아와서 잠을 청했습니다.숙소는 캔싱턴스타 호텔
그런데, 속초에서 돌아오는 길부터 바람이 심상치가 않습니다.아까 제가 저 산꼭대기 구름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요?밤새 초속 8미터로 불어대며 계곡을 휘돌고 나무를 흔들던 바람이 새벽까지도 잠잘 줄을 모르고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입산통제 여부를 확인하니..심한 바람이 불기는 하나 입산통제는 아니라고 합니다.원래 예정했던 시간 보다 1시간 30분 늦게 7시 30분에 숙소를 나서서 모험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비선대로 가는 길... 이것이 바로 명품거리라며...햇살과 바람과 그림자가 반짝이고,인적이 없는 길을 걸어 설악의 품으로 깃들어 봅니다.
소공원 입구부터 3킬로를 걸으니 비선대탐방지원센타가 나왔습니다.왼쪽이 장군바위 오른쪽이 선녀바위라는데, 선녀들이 밤마다 내려와 목욕을 하고 하늘로 돌아가는 비선대에서장군바위를 보고 반한 문제의 선녀님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장군바위 옆에서 바위가 되었답니다.그런데, 무정한 장군바위는 계속 선녀바위를 싫어하며 영원의 세월을 함께 서 있다니.. 슬픈 천년의 사랑입니다.
비선대 탐방지원소를 지나 오르막 시작입니다.천불동 계곡쪽으로 올라가거나 마등령 삼거리 쪽으로 올라가며 공룡능선을 타게 되는데요.저는 마등령 삼거리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코스 난이도 아주 어려움입니다.현재시간 아침 8시 30분, 저녁 8시 30분에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될 것을 예상하고 올라갑니다.이제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스틱을 길게 하고, 등산화 끈을 조입니다.초입부터 급경사 시작...한발 한발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두방망이 치는 심장과 호흡을 애써 가다듬습니다.아무 생각 하지 않고 그저 한발에 신경을 집중하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1시간 반 정도 올라갔을까요?
오이 한 입 베어물며 고개를 드니... 조금씩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설악산입니다.
한 시간쯤 더 가니 단풍이 시작되나 봅니다.
비선대 출발한지 2시간여가 되었습니다.저기 맨 뒤에 아스라한 능선들이 왼쪽 뾰롱.. 화채봉... 좀더 오른쪽으로 낙타 등처럼 볼록 볼록 한 것이 중청과 대청이랍니다.그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도 너무 멋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붉어진 단풍들을 만나고
11시 30분에 금강문에 올라섰습니다.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꾸준히 갑니다.벌써 제 자신이 대견합니다.
10분쯤 더 가니 샘이 나오고 계단이 이어집니다.
이 계단 끝에는 어떤 풍경이 이어질까요?
단풍 액자 속에 대청이며 중청이며 1275봉이 가족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5분정도 올라가니 저 멀리 속초와 앞바다까지 다 보이는 전망 포인트가 나타났습니다.제 다리가 고생한 보람이 여기에 있군요.뭐라 말 할수 없을 감동이 밀려옵니다.
마등령 삼거리로 가는 내내 탄성을 지를 수 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12시쯤 마등령 삼거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우와.. 가장 어려운 코스를 해 내었어요.앞으로 8시간정도를 더 가야하지만, 안심이 됩니다.점심 먹고 또 열심히 열심히 걸을 겁니다.
세상 멋진 뷰를 가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2시 40분부터 또 산길을 갑니다.
사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움직여야 했어요.
소화를 시킬 시간이 필요했지만, 너무 추웠거든요.
확실히 점심먹고는 몸이 나른해진 것을 느낍니다.
바람은 거세고, 구름이 몰려오고, 점심 먹은 후 몸은 나른하고...잠시 앉아서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 봅니다.
내설악 쪽 하늘이 컴컴해지며 분위기가 스산해 집니다.
바람이 더 거세어지고 산울음소리도 커집니다.
좁고 가파르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바윗길을 쉼없이 갑니다.누워있는 나무 사이에 피어있는 단풍꽃
곱게 물든 단풍을 목도리로 두르고 겨울 준비를 하는 봉우리, 그저 봉우리... 가르쳐 줘도 잊어버림 ㅠ
바위틈에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속없이 웃고 있는 구절초를
뽑아 버릴 기세로 불어대는 세찬 바람...
바람속의 바윗길은 가파르게 와서 숨차게 사라지고
그렇게 점심 먹고 2시간을 걸어온 곳에서 단풍대문 안에 조용히 쉴 곳을 찾았습니다.
밖에는 저리도 거센 바람이 부는데 이 바위 밑 단풍울타리 속은 고요하고 따뜻하군요.
축복이 내리는 자리에서 꿀같은 쉼을 하고 다시 길을 갑니다.
시간상으로 보면 오늘 예정의 반은 했습니다.
힘을 내요 슈퍼파워~~ㄹ ^^
30분 더 가서 한장 찍고
30분 더 걸어갔더니 이제 완전히 빨갛게 물이 든 단풍이 예뻐서 또 한장 찍고
그 30분을 걷는 동안 스틱 먼저 아래로 던지고 줄 붙잡고 바위를 내려가고, 바위에 박힌 정을 붙잡고 밟고 올라가기를 얼마나 했던지...
그러는 동안 하늘은 점점 컴컴해지고, 단풍은 더욱 울긋불긋해지고
벼락에 쓰러진 나무가 문을 만들어 둔 바위 고개를 넘어 가서 얼마를 더 가면 신선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컴컴해진 하늘이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나 멋졌던,
신선대에서 뒤를 돌아 본 하늘
신선은 정말 여기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 신선대를 통과할 때가 오후 4시 30분
이곳에서 1시간정도 더 가니 무너미 고개가 나왔고 이제 본격적인 내리막 하산길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산하고 1시간 정도 가서 나타난 천불동 계곡의 폭포
내리막 경사가 참으로 심했는데, 아침에 올랐던 마등령쪽 보다는 완만한 것 같았습니다.
6시 10분 천당 폭포
아름다운 천불동 계곡 속으로 신선이 되어 누비는 길
이미 많이 어두워져서 빛이 부족해서 사진이 잘 나올지 걱정이었는데,
이만하면 뭐 ^^
예쁜 폭포가 또 하나 나왔어요.
살짜기 단풍 브로치를 달았네요.
현재 오후 6시 22분... 지금부터는 카메라는 넣고 내려갑니다.
양폭 대피소 부터는 해드렌턴을 밝히고 완전한 어둠속을 내려갑니다.
비선대 탐방지원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0분.. 7시 50분에 비선대 탐방지원소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 30분 줄여서 도착한 것에 환호를 올리며 ^^
완벽한 하루에 감사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무사히 잘 마치게 되어서 얼마나 기쁘고 자신감이 생기는 하루였는지 모릅니다.
비선대 부터 소공원 정문을 통과할 때까지도 꽤 오랜 시간 밤길을 걸었습니다.
완전히 깜깜하고 물소리만 들리는 길을 두려움 없이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참으로 소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
이 하루가.. 제 인생의 날 중에 오래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지요.
박수를....
환호를....
감사를....
어여쁜 가을을 살고, 더 힘찬 인생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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