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자 2024년 8월 4일
여행 일정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백담사 회귀

여름이 절정인 8월 첫주 일요일
더워도 너무 더웠던 33도를 기록한 날이었습니다.
설악산은 그래도 좀 시원하지 않으려나 하면서
내설악의 중심지 백담계곡을 찾아 트래킹을 하고 왔습니다.
백담사에서 시작하여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요.
마음은 봉정암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백담사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용대리 백담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백담사로 들어가는 순환버스를 탄 후 백담사 주차장에 내려서 걷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용대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7Km 구간의 데크길이 완성되어 걸어서 갈 수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계곡길이라서 단풍이 들 무렵이라면 걸어서 백담사까지 가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너어무 더운 여름날이라 일단 버스로 이동후 걷기로 했습니다.

백담사는 내려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일단 오세암을 향해 걷습니다.

백담 탐방지원센터 화장실 앞에 피어있던 나리꽃이 어찌나 키가 훤칠하고, 늠름하던지 사진을 한번 찍어 보았습니다. ㅎㅎ

이제 본격 트레킹 시작!
영시암까지 3.5Km는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입니다.
마치 오르데사 국립공원의 말꼬리 폭포 트레킹의 초입처럼 너른 숲의 속을 걸어 갑니다.

역시 이곳도 유네스코 생태 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입니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백담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데크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부터 계곡길 시작입니다.
계곡이 넓어 탁트인 풍경이 일품입니다.

한동안 계곡옆으로 놓인 데크길을 걷다가
또 잠깐 숲길로 스며들었다가 하면서
한시간 정도를 걸었습니다.
멀리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영시암이 가까이 왔는가 봅니다.

이제 쉬어갈 수 있는 영시암에 도착했습니다.

영시암 앞을 흐르는 계곡을 따라 가면 수렴동 대피소에 이르게 될테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오세암이니
우리는 이제부터 오르막 산길을 가게 됩니다.

영시암에는 쉬어갈 수 있도록 자리도 많이 마련되어있고, 믹스커피도 마실 수 있고, 물도 떠갈 수 있습니다.
즐거운 간식타임을 가집니다.
이제부터 오세암까지 아마도 힘든 길이 될 것이라
은근히 일행들을 압박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여기가 갈림길…
우리는 왼쪽 오세암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제 두어달 시간이 지나면 저기 푸른 연두가 빨강으로 변하겠지요?

하늘이 보여도 안도하지 말고 꾸준히 걸어야 된다고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다며
오세암까지 가는 길이 힘들 것이라 각오를 다지며 걸음을 옮깁니다.

이 계단이 끝나는 고갯마루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겠지요?

여름이 제철인 물봉선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습니다.
고갯 마루에 올랐건만
시원한 바람도 오늘은 휴가를 떠난 듯
고요한 더위만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그냥 배낭에서 꺼낸 차가운 커피로 갈증을 달래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오세암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기거하며 깨달음을 이룬 곳이라고 합니다.
길 곳곳에 만해선생의 글들을 적어
그 정신을 기리고 있었습니다.

‘오세암’이라는 한시가 적혀있습니다.
이 중
‘아무 일 없음이 참다운 고요 아니오
처음 맹세를 어기지 않는 것이 진정한 새로움이거니’
라는 구절이 제 마음에 탁! 하고 밀고 들어왔습니다.

한용운 스님이 서울에 가서 스승인 박한영 스님을 만나고 돌아와 그리운 마음을 읊은 시 ‘산가의 새벽’입니다.
한 하늘 한 달이건만 그대 어디 계신지
단풍에 묻힌 산속 나 홀로 돌아왔네
밝은 달과 단풍을 잊기는 해도
마음만은 그대 따라 헤매는구나
그리운 사람과의 시간은 항상 짧고 여운이 남는 법이지요.
돌아온 산가가 얼마나 휑하고 쓸쓸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힘든 길이 될 것이라 작정하고 온 길은 의외로 가벼웠습니다.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먹고 걸어왔더니
어느새 오세암 바로 코 앞입니다.
그런데, 이 고개를 올라오는 길에
어느 분이 조난을 당하여 누워계셨습니다.
동행하셨던 분이 119에 연락하여 구조를 기다리는 중이라 하셨는데, 걱정과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와 드디어 오세암에 도착했습니다.

범종루를 통하는 계단을 올라 오세암 법당을 맞이하니
너무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다시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절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과 산 자락에 터를 잡은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공양을 할 수 있게 마련이 되어있었습니다만
저희는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잠깐 쉬고 있는데, 헬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까 만났던 분을 구조하러 온 것 같았습니다.

숲이 짙어 쉽게 조난자를 발견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주변을 맴도는 것을 보니 쉽지 않은 상태로 보였습니다.

우리는 일단 하산하기로 하고 아까 걸어왔던 길로 다시 내려갑니다.
헬기는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고, 나뭇가지들이 휘날리고,
위험하기도 하고, 구조활동에 방해가 될것 같기도 하여
중간에 한동안 대기를 합니다.

접근은 어렵고, 조난 당하신 분은 몸집이 좀 있으시고, 발목이 부러지셔서 움직일 수가 없고,
어려운 구조작업입니다.
구조대원이 헬기에서 밧줄로 내려오셔서
조난 당하신 분을 안고 다시 헬기로 올라가시는 것으로
구조작업이 완료가 되고,
우리는 다시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내려 오다가 영시암에서
그 조난 당하신 분을 돌보고 계시던 분을 만났습니다.
자초지종을 듣다가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구조 헬기가 하늘에 떠 있을 때
구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즉, 그냥 반갑다고, 신기하다고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면
구조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 이었습니다.
아까 그 구조대원들도 그것 때문에 진짜 조난을 당하신 분을 찾아내기 힘드셨다고 하네요.
명심!!
내려오는 길도 더웠지만
생각보다 덜 힘들었던 산행이라고
신기해 하면서 잘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다 백담계곡에 발 한번 씻고 옵니다.
돌아보니 저 멀리 아름다운 산이 빛나고 있습니다.

탁족으로 피로를 풀고
길을 재촉하여
백담사도 돌아보고
용대리 예당 막국수에서 저녁도 먹고
멋진 트래킹을 마쳤습니다.
더웠지만 느끼고 배운 것이 많았던
알찬 백담계곡이었습니다.

와아 힘든 줄 몰랐는데,
힘든 산행이었군요. ^^
#설악산 #백담사 #오세암 #트래킹 #한용운 #여름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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