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유신의 책읽기

너를 만나면

유신약사 2023. 2. 17. 12:57

 너를 만나면

                                      이승훈

 

너를 만나면

우선 타 버린 심장을

꺼내 보여야지

다음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해야지

잘 익은 빵을 

한 바구니 사야지

너를 만나면

우선 웃어야지

그럼 나는

두 배나 커지겠지

너를 만나면

가을이 오겠지

세상은 온통 가을이겠지

너를 만나면

나는 세 배나 커지겠지

식사를 하고

거리를 걸으면 

백 개나 해가 뜨겠지

다신 병들지 않겠지

너를 만나면

기쁘고 한없이 고요한

마음이 되겠지

아아 너를 만나면

감기로 시달리던

밤들에 대해

전쟁에 대해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지

너를 만나면 

이렇게 비만 내리는

밤도 사랑해야지

 

 

나는 누구든 만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가 누구든 함께 있고 싶었고, 헤어지는 것이 싫고 두려웠습니다.

몇달씩 바다에 갔다가 돌아오시는 아버지가 오시는 날은 내 키가 쑥쑥 커졌고, 
온 집안에 불이 켜졌고, 정말 날아다녀도 좋을 만큼 씩씩해 졌지만,

배가 나가는 날이면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지나가던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요.

매일 매일, 이제 그만 놀고 돌아가겠다던 친구들이 참 아쉽고 서럽던 이상한 아이었습니다.

그가 누구든 함께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발을 맞춰 걷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는 오히려 누구와 함께 오래 지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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