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날 오후 ...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여행 일정 ... 아름다운 두오모가 있는 오르비에토에서 신이 존재하시는 증거를 느껴보고,
피안카스타냐이오의 산 바르톨로메오 수도원 숙소에서 환상적인 밤을 보내다.
치비타 디 반뇨레죠에서 북쪽으로 약 40분 거리를 버스로 달리면,
꽤 높은 산 위에 크게 자리잡은 지방자치도시(코무네)인 '오르비에토(Orvieto)'에 닿게 됩니다.
'오르비에토'도 치비타 디 반뇨레죠 처럼 화산활동으로 솟아오른 응회암으로 된 넓은 뷰트위에
16세기경에 건설된 도시라고 합니다.
뷰트란 경암층 대지의 일부가 침식되다가 남은 부분을 말하는데, 주변은 절벽으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래요.
공중으로 높이 솟은 오르비에토의 중심에는 아름다운 고딕양식의 두오모가 하늘을 향해 있고,
그 주위로 예쁜 골목 마다 꽃들과 기념품 가게와 젤라또 가게와 카페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맥도날드나 베스킨라빈스 같은 패스트 푸드점은 없습니다.
왜냐면 오르비에토가 국제 슬로시티운동의 발상지이자 그 연맹본부가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슬로시티 운동은 단순히 패스트푸드나 속도경쟁에 반대하는 운동이라기 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지역특산물및 전통음식과 문화를 발전시키자는 개념으로
지나친 생산과 소비, 속도경쟁, 무분별하게 바쁜 생활태도와 획일화를 지양하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지속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발전과 성장을 추구하는 지역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춘천등 17개의 도시가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르비에토의 중심인 두오모 성당으로 가려면
우선 푸니꼴라레를 타고 카헨광장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5분정도가 소요됩니다.
푸니꼴라레 즉 푸니쿨라는 레일위를 달리지만 전기선에 매달려서 끌어올리는 방식이라
기차라기 보다는 결국은 케이블카라고 합니다.
카헨 광장에 닿아 버스를 타려던 우리는 일단 버스 하나를 놓쳤기에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알보르노츠 요새에 가보기로 합니다.
와우 요새에서 내려다본 주위 풍경이 멋있습니다.
역시 절벽위의 도시답습니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지만, 버스는 또 떠나가고
이럴바엔 그냥 걸어서 두오모까지 가기로 합니다.
조금 덥고, 살짝 멀지만, 걷기로 하고 온 여행이니
까짓거 일단! 걸어봅니다.
골목을 한발짝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날아갔습니다.
치비타 디 반뇨레죠보다 규모가 좀 크고,
더 여유있어 보이는 도시의 골목길에는
우리의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장식품과 공예품이 늘어서 있습니다.
꼬불꼬불 골목길은 신비롭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오후를 걷던 우리는 도저히 이대로 견딜 수 없습니다.
걷기 파업을 선언하고
근처 젤라또가게로 진입하여 농성을 벌였습니다.
젤라또를 달라~!
그럼요. 언제나 젤라또는 진리죠 ^^
달고 시원한 젤라또 한 스쿱으로 단전의 힘을 끌어 올린 우리는 다시 걷습니다.
오르비에토의 두오모는 옆벽면을 검은 현무암과 흰 대리석을 번갈아 쌓아 스트라이프 무늬로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성당의 정면인 화려한 파사드는 정교한 대리석 조각과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고딕양식의 장미창도 어머나 너무 예쁩니다.
성당안으로 들어가
성체 성혈의 증거인 성체포가 보관되어 있다는 곳을 보며
마음속 간절히 뭔가 소원을 빌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오르비에토에는 지하도시도 있고,
에트루리아인들의 유물이 전시되어있는 박물관도 있고,
아주 오래된 유명한 우물도 있고,
둘러볼 것이 아주 많았지만
이건 패키지 여행의 단점.. 시간을 맞춰야 해서 다 패쓰하고 일단 철수 합니다.
또 하나의 멋진 공중도시 오르비에토를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
조금 더 서북쪽으로 이동하며 토스카나 지방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평원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몸을 쉬기로 한 숙소는 처음에 듣기로는 몬테풀챠노의 호텔이라고 했는데,
도착해보니 피안카스타냐이오(Piancastagnaio)라는 곳의 성 바르톨로메오 수도원이었던 곳을 숙소로 개조한
Convento San Bartolomeo 였습니다.
피안카스타냐이오는 높은 산 위를 꼬불꼬불 한참을 올라가야 나타나는
그러나 꽤 규모가 있는 지방도시인 것 같았습니다.
숙소를 향해 가는 우리에게
박혁수 사장님이 말씀하십니다.
이번 여행에서 하루에 꼭 한가지씩은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고...
이야~ 그런데
우리는 숙소에 발을 딛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오늘의 감동은 이 숙소로구나!! 라고 외쳤습니다.
꼬불꼬불 운전하기도 힘든 길을 돌아 올라갈 때만 해도
이런 두메산골에서 할 일은 도 닦는 일 밖에 없겠다 하며 살짝 투덜거리기도 하고,
수도원이라더니 정말 오지에 있네 했습니다.
오지의 한적함과 오랜 세월을 견딘 견고함과
소박하고 맑은 정신을 지키고 살아온 꿋꿋함 같은 것이 느껴졌달까요.
그러면서도 풍요롭고 화려한 여유도 보이고
어떤 특급호텔도 줄 수 없는 고급스러운 안정감을 주었던 하룻밤이었습니다.
수도원 호텔의 저녁식사는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큰 이벤트였습니다.
자기소개도 하고, 서로 궁금한 것도 물어보는 아주 화기 애애한 시간이었거든요.
박민식 사장님께서 한턱 쏘신 와인도 아주 훌륭하게 어우러져서
우리팀 모두는 밤을 새고 이야기를 나눌 기세였다지요.
오래전 수사님들이 식사하시던 식당에 온전히 우리팀들만 모여앉아
도란도란 나누던 정담과 웃음이 지금도 귀에 선 합니다.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각자의 방은
제각각 크기도 가구배치도 장식도 모두 달라서
각자의 기분과 감회에 따라 꿈을 꾸기도 하고 피로를 풀기도 하며
감동의 밤을 보냈다는 후문이 들렸습니다.
내일은 이 여행에서 아주 기대가 되는 풍경이 기다리는
토스카나지방의 전형적인 풍경을 걸어보는
산 퀴리코 도르챠에서 피엔자까지의 트래킹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요즘 SNS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그 사이프러스 길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꿀잠을 자고 내일 뵙도록 해요~
'해외 트래킹 > 빙하특급 트래킹 이탈리아 스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5 친퀘테레 (토요일은 바다가 좋아) (3) | 2023.07.08 |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4 토스카나 트래킹 (산 퀴리코 도르챠 에서 피엔자 까지) (1) | 2023.07.07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3-1 치비타 디 반뇨레죠 (0) | 2023.07.05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2 두근두근 드디어 출발 (1) | 2023.07.05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1 프롤로그 (9) | 2023.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