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닷새째 ... 2023년 6월 25일 일요일
여행 일정 ... 랑게(Langhe)의 드넓은 포도밭을 걸어보고, 유순한 산비탈이 보이는 아름다운 식당에서 잊을 수 없는 점심식사를 하고, 바롤로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방해 볼 수 있는 와이너리를 방문. 랑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이탈리아 북부로 이동하여 베르니나 특급열차의 시작점 티라노에서 유서깊은 숙소의 깔끔하고 포근한 밤을 보냅니다.
토요일 밤 도시의 열기를 즐겼다면
신선한 일요일 아침의 공기는 얼마나 가볍게 우리를 감싸게 될지
한번 떠나볼까요?
출발 준비를 하는 제 귀에 성당의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제밤에는 그렇게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던 로렌조 성당이었건만
일요일인 오늘 아침에는 미사를 보러온 사람들로 경건한 분위기이겠지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와인의 역사와 함께 오래되고, 세련되고, 깔끔했던 알바(Alba)를 떠나
포도밭이 넓게 펼쳐진 시골 동네 라 모라 (La Morra)를 향해 갑니다.
가는 동안 월드투어캠프 박혁수사장님께서 와인의 역사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 마신 것은 8500여년 전 부터라고 추정되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의 조지아에서 7000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에서 포도주의 흔적이 발견되어,
포도나무를 재배한 기원지는 중앙아시아 지역이라고 여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의 벽화에도 포도의 재배나 와인을 만드는 장면들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고대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신화에도
디오니소스나 바커스 같은 술의 신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해 내려오고 있기도 하는 것으로 봐서
인류의 역사와 술의 역사는 처음부터 함께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오랜 동안 와인은 귀하게 여겨지고, 종교행사나 지배층에게만 제한적으로만 허용되었던것 같습니다.
와인이 대중화 된 것은 B.C. 1500년 경 그리스의 에게해로 부터 페르시아인들과 로마에까지 전파되어 대중화 되었는데,
B.C. 800년 경에는 장사꾼이었던 페니키아인들이 그리스인들에게 포도의 재배법과 와인을 주조하는 기술을 팔아넘겼고,
그리스인들에 의해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프랑스의 마르세유 북부지방까지 포도 재배법과 와인 양조법이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1100~1200년 경에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토양이나 포도품종을 특화하여 각기 개성이 있는 특산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7세기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면서 부터 와인을 저장하고, 유통하는데에 혁명과 같은 발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와인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부해 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랑게 지역의 와이너리는 네비올로(Nebbiolo) 품종의 포도를 주로 사용해서
탄닌 함량이 높고 바디감이 묵직한 바롤로(Barolo)라는 이름의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고 합니다.
피에몬테주의 대표적인 와인인 바롤로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참고로, 이탈리아의 유명한 와인 3가지는 바롤로와 더불어 토스카나주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베네토주의 '아마로네'가 있다고 해요.
바롤로(Barolo)는 이 지역 작은 마을 이름이기도 한데,
우리는 바롤로 마을 주차장에 버스를 대고 마을 투어를 잠깐 하기로 했어요.
거기서 오늘 와이너리 투어를 가이드 해줄 루치아님을 만났습니다.
바롤로 마을 중간에 예쁘게 솟아있는 성을 구경하러 갑니다.
이 성은 현재 '마르께시 디 바롤로' 라는 와이너리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데,
바롤로 와인이 시작된 기원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르께시 디 바롤로'가 바롤로 와인의 시조는 아니예요. 단지 현재 소유하고 있을 뿐 ^^
프랑스의 어마어마한 귀족집안의 딸이 이 바롤로 지방의 귀족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나폴레옹의 정치적, 군사적 동료였던 콜베르의 딸인 줄리엣 콜베르 팔레티가
1806년에 바롤로의 은행가 집안인 까를로 탄크레띠 팔레티 후작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1814년에 피에몬테주의 주도였던 토리노로 와서 살게 되었는데요.
줄리엣은 프랑스 귀족출신 답게 고급 와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아주 깊었다고 해요.
그녀는 남편의 영지에서 네비올로 포도를 가지고 생산하던 와인의 성장 가능성을 직감했고,
1820년에 바롤로 마을 지하에 발효 시설을 짓고,
프랑스식으로 오크통에 와인을 넣고 일정한 온도에서 완전히 발효시켜,
애매한 단맛이 나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없었던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을
탄닌이 풍부하고 바디감이 묵직한 와인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성공하고 대량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바롤로'라는 그 지역 이름을 붙이고,
유럽 각국 왕가에 오크 배럴 째로, 거의 공짜로 공급을 하여 식사 때 마다 바롤로 와인을 마시도록 마케팅을 했고,
급기야는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는 별칭으로 대 유행을 시키기 까지 했답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의 공식 와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네요.
한사람의 현명한 여인이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대 성공을 거두어
한 지역을 대대손손 잘 살아가게 만들었던 재미난 역사였습니다.
예쁜 바롤로 성 주변 마을을 구경하고
우리는 오늘의 산책.. 포도밭 걷기에 나섰습니다.
왼편 언덕에 라 모라가 보이고, 오른편으로 우리가 잠깐 들렀던 예쁜 바롤로가 보이는 포도밭 사이를 걸어서
인간이 가꾸어 놓은 광활한 경작지가
또한 하나의 자연이 되어 있는 풍광을 즐겼습니다.
한참을 내려가 보았더니
알록달록 예쁜 교회당 Cappella delle Brunate가 나옵니다.
이 성당은 1914년에 농부들이 포도원에서 일 하다가 기상 상황이 나쁠 때 이용하기 위하여 건축되었고,
라모라의 화가 지오반니 사비오가 프레스코화를 그렸는데,
그동안 방치되어 황폐하게 되어있던 것을
1972년에 이 포도원을 인수한 Ceretto가문이 이 성당도 함께 인수하여
1999년에 솔 르윗과 데이빗 트램렛이라는 두사람의 예술가에게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을 의뢰하여
채색을 완성한 후 지금의 화려한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날 우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고, 외부에서 재미난 채색의 성당을 감상하고
다시 길을 되짚어 올라가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오전의 땀삐질 산책이 끝나고
버스로 구불구불 포도밭 드라이브를 한 후
우리가 만난 곳은
와오~
저기 멀리 예쁜 바롤로 성이 보이는 시원하고 쾌적한 전망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여기 점심식사 정말 정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조량 과다의 상태이긴 했지만, 약간 건조한 살랑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가운데,
쾌적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신나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우리가 간 곳은?
ㅎㅎㅎ
바롤로 와인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한
와이너리로 갑니다.
스파클링이 상큼하던 와인을 시작으로
점점 붉고 바디감 있는 와인을 먹어보고
지하에 마련되어 있던 와인 주조장으로 가서
수확된 포도가 스테인레스 통에 담겨 압착되고
다시 오크통으로 옮겨서 3년 정도 숙성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주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자 이제 우리는 좀 먼 길을 가야 됩니다.
동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밀라노 북쪽으로 더 올라가서
이제 아름다운 알프스가 자리잡고 있는 꼬모 호수 주변으로 갑니다.
꼬모호수를 지나 버스를 달려
베르니나 특급열차의 시작점이 되는 티라노(Tirano)라는 도시를 향했습니다.
역시 뾰족 솟은 산이 이제 알프스 권역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고
바다처럼 넓은 호수 주변에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들어서 있네요.
지금까지의 이탈리아와는 건물들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회 첨탑이 더 뾰족하고 날씬하다거나,
건물 벽과 지붕 색이 좀 더 어둡다거나 하는 것이지요.
티라노의 호텔에 내린 우리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일단, 호텔 현관이 안보이는 골목에 내려줬어요.
그리고, 뒷문같은 곳을 통해서 작은 골목길을 걸어가니 리셉션 데스크도 아주 작고
엘리베이터도 작고, 건물 외벽은 오래 되었고...객실을 찾아가는 길도 꼬불꼬불 어렵고
하지만, 객실내로 들어서니 감동~!
확실히...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의 고급스런 서비스가 느껴지는 객실이었습니다.
정원에 있던 나무딸기도 그렇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외벽에 써 있었는데,
과연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감동
저녁식사!!
여기는 또 아주 꼬불꼬불 골목을 지나 들어간 작은 식당이었는데요.
마치 헤리포터에 나올법 한 느낌의 젊은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
이것 저것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서빙해 주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빈틈없는 감동을 느낀 하루 였습니다.
호텔 정원에서 늦도록 와인을 마시며 우리팀과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박민식 사장님의 재미난 입담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
지금까지 며칠동안 걷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땀흘리며 돌아다녔다면
내일부터 이틀간은 럭셔리 기차 유람입니다.
빨간 통창열차를 타고 만나보는 알프스 빙하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리고, 내일은 스위스 동부의 부티나는 시골마을 생 모리츠에서 명품쇼핑이 예약되어있습니다.
와우 어떤 예쁜 것들이 우리를 맞아줄까요?
기대해 주세요~
'해외 트래킹 > 빙하특급 트래킹 이탈리아 스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8 글라시어 익스프레스 빙하특급열차 (생모리츠에서 브리그까지),로이커바트 (2) | 2023.07.14 |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7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빙하특급열차 (티라노에서 생 모리츠까지) (5) | 2023.07.13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5 친퀘테레 (토요일은 바다가 좋아) (3) | 2023.07.08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4 토스카나 트래킹 (산 퀴리코 도르챠 에서 피엔자 까지) (1) | 2023.07.07 |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 빙하 특급 열차 타고 꽃길 트래킹 … 3-2 오르비에토 (0) | 2023.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