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레째 ... 2023년 6월 27일 화요일
여행 일정 ... 생모리츠 역 바로 앞 호수 산책 후 10시 30분 출발 글라시어 익스프레스를 타고 점심식사는 열차안에서 우아하게, 오후 4시경까지 열차로 이동하여 브리그 역에서 하차, 우리 버스로 갈아타고 산속 온천마을 로이커바트로 멀리 멀리 올라갔습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기차를 탈 수 있을까요?
원래 경부선 KTX는 타는 동시에 곯아 떯어져서 신기하게도 부산역 5분전에 딱 눈이 떠지는 저라서
6시간 반이 넘는 기차 승차시간 동안 졸지 않는 것이 오늘의 제 미션입니다. 아자아자!!
어젯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내일 아침에는 동쪽 숲으로 야생화 산책을 갔다 오시라고 하시던
월드투어캠프 박대표님의 말씀에 따라
아침에 눈 뜨자 바로 카메라 들고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여기도 온갖 새소리가 모닝 콘서트를 열어 놓은 가운데,
뭐가 뭔지도 모를 목초지 야생화들이 한세상 드렁칡처럼 뒤엉겨서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ㅎㅎㅎ
뒤엉킨 꽃들 중에 제 눈에 익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나지막이 불러주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아침 한상 거하게 잘~ 먹고
글라시어 익스프레스를 타러 생모리츠 역으로 갑니다.
기차 출발 시간은 10시 30분인데,
우리는 8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9시쯤에는 생모리츠 역 앞에 벌써 왔습니다.
생모리츠 역 앞 호숫가 산책을 빼놓을 수 없었으므로
한시간 아침 트래킹을 즐길 참입니다.
생모리츠는 제 2회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도시로,
겨울이면 각종 동계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유럽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여름이면 아름다운 호수에서 요트를 타기도 하고, 등산이나 트래킹, 자전거를 즐기기도 하는
휴양에 최적화된 마을같은 대도시 입니다.
천천히 호수를 따라 걸으며 햇살과 물결을 느끼며 평화로운 아침의 축복을 즐겨보았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생모리츠 역에서 글라시어 익스프레스를 타고 체르마트를 향해 달려갑니다.
체르마트는 이 열차의 종점이지만, 우리는 이미 체르마트를 다녀왔으므로
오늘은 그 전 브리그 역까지만 가서 열차를 내릴 예정입니다.
이 글라시어 익스프레스는 생모리츠에서 쿠어까지는 남에서 북으로 가고
쿠어에서 부터는 동에서 서로 진행을 하는데,
진행방향이 한번 바뀌면서 기관차의 방향도 한번 바뀝니다.
맨 오른쪽 라이언이 출발 준비를 하는 곳이 생 모리츠.. 여기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이동하여 라이언이 경례를 붙이고 있는 곳이 쿠어(Chur)...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맨 꼴지였던 우리칸 앞에 기관차를 붙이고, 방향을 바꿉니다.
이제 서쪽으로 달려달려 왼쪽 아래부분 두눈에 하트를 매달고 있는 곳이 브리그 (Brig)... 우리가 하차할 지점입니다.
유럽에서 기차여행을 할 때 보면
열차를 타고 가다가 어느 갈림길 역에 서서 열차를 몇 량씩 분리하여 각각 방향을 다르게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열차도 약간은 그런 방식으로 운행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출발할 때는 우리가 탄 1호칸이 맨 꼴찌에서 붙어 갔는데,
쿠어역에서 부터는 우리칸이 제일 앞칸이 되었습니다.
글라시어 익스프레스는 8시간여의 운행시간 동안 91개의 터널을 지나고 291개의 다리를 건너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다리는 란트바써 다리 (Landwasser Viaduct)인데,
높이 65m, 길이 142m 의 돌로 만든 커브형 다리인데, 아름다운 5개의 돌벽이 떠 받치고 있고,
그 위를 지나는 빨간 기차가 Landwasser 터널과 연결되어 오가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골짜기에 놓인 높은 다리를 빨간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기 위한 전망대도 있고,
관람을 위한 관광상품도 개발되어 있다고 하네요.
10시 30분이 좀 지나서 생 모리츠역을 출발하고 2시간쯤 지났을 때
식사가 서빙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1등석 칸에서 3코스 식사를 하기로 예약을 했습니다.
새로 출시된 엑설런스 좌석은 와인도 무제한이고, 식사도 5코스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한다고 하는데,
와인을 계속 마시다가는 아마 저는 취해서 잠들어버려
이 좋은 풍경들을 다 놓치고 말것이 뻔하니
이정도 호사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빵과 샐러드와
커리맛이 약간 나는 치킨과 라이스
그리고, 맛있는 타르트로 식사를 하면서
세상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맛이란 정말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쿠어에서 브리그역까지의 중간지점에 안데르마트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 좀 못미친 이곳은 오버알프패쓰 (Oberalppass)입니다.
이 글라시어 익스프레스 기차가 가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입니다.
무려 해발 2033m라고 하네요.
잠깐 내려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사진 찰칵 하나 하고 가야죠!!
오버알프패쓰에서 안데르마트까지는 무려 500미터 정도의 고도차이가 납니다.
안데르마트도 지나고 평화로운 알프스를 바라보며 기차는 달려갑니다.
내릴 시간이 가까워 왔는데, 작은 선물을 하나 줍니다.
처음 경험한 맛인데, 참 좋았던 와플비스켓이었어요.
자 이제 긴긴 기차여행을 마치고, 브리그 역에 내리니
멋진 이탈리안 드라이버 안토니오가 우리의 에르메스 차를 딱 적당하게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또 새로운 분을 만납니다.
스위스 현지 가이드이신 김용호 가이드님 이신데,
해방둥이라고 하시니 1945년생 78세이신데도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분입니다.
정말 쉴새 없이 스위스에 관한 정보를 쏟아부어 주셔서
너무 놀라왔습니다. ㅎㅎㅎ
스위스의 역사며, 정치며, 문화와
스위스에 정착한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나게 들려주셨는데,
우리가 가는 로이커바트라는 곳이
아주 멀고 오지에 있는 산골이었고, 길도 험했지만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흥미진진한 길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로이커바트라는 곳에서 이틀을 묵어갑니다.
로이커바트는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꼭대기 바로 아래에 옴폭 들어앉은 분지같은 마을인데,
고대 로마시대 부터 온천물이 샘솟아서
휴양과 치유의 장소로 명망이 높았다고 합니다.
로이커바트의 중앙에는 큰 대중온천이 두군데가 있는데,
한곳은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좋아하는 워터파크형태의 로이커바트 테르메와
다른 한곳은 어른들이 주로 조용히 이용하는 노천온천 형태의 알펜테름입니다.
바위산을 바라보며 노천온천을 즐기는 정취가 아주 끝내준다네요.
우리는 내일 이 마을을 둘러싼 암봉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산 정상에 있는 호수를 한바퀴 도는 산책을 할겁니다.
물론 꼭대기까지는 케이블카를 타지요 ^^
온천도 하겠죠?
내일 여정도 뭔가 특별할 것 같지 않으세요?
기차타고 멀리 왔는데
오늘은 편히 쉬시고,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