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닷새째 ... 2024년 6월 8일 토요일
여행 일정 ... 이제 콤포스텔라까지 거의 막바지 코스인 아르수아에서 오페드로우소까지 또 열심히 걸어봅니다.
걷다 보니 어느 덧..4일차..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코스의 막바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조금 먼 길을 걷고나면
내일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입성하게 됩니다.
어쩐지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멀리 프랑스길의 처음 시작인 생장 피에드포트에서부터 800킬로미터 가까이를 걸어온 순례자들은
이 코스에 접어들면 드디어 고행의 길이 끝나게 된다는 안도감과 성취감도 들지만
그냥 이 길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서운함도 든다고 합니다.
마치 생의 막바지가 가까워지면 아무리 고생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도 삶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비슷하겠다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은 유럽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든 곳이므로 그 루트가 다양합니다.
그 중 프랑스길, 북쪽길, 은의 길, 포르투갈 길이 유명한데요.
우리가 일부를 걸어 본 <프랑스 길>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걸어온 길이고, 보편적인 길입니다.
이 길은 프랑스의 생장 피에드 포트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고, 스페인 북부를 관통하며 팜플로냐, 부르고스, 레온등을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780Km를 걷게 되는데,
순례자의 70%가 이 길을 선택할 만큼 인기가 좋은 길입니다.
숙소나 편의시설도 가장 잘 되어있고, 계절에 따라 야생화가 피고 지는 들판을 지나고, 계곡과 산을 오르내리는 길입니다.
<북쪽길>은 850Km를 이동하는 코스입니다.
10세기 전후로 이슬람세력이 이베리아반도를 장악했을 무렵에, 순례자들이 북쪽해안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던 가장 오래된 순례길인데, 프랑스와 접경지역인 이룬에서 출발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다가
갈리시아지방으로 들어와서 리바데오에서 내륙지방으로 방향을 틀어 목적지에 이르게 되는 루트입니다.
여기는 산길과 포장된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구간이 많아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지만
체력적 부담이 크고 비용도 비교적 많이 드는 곳이라고 해요.
<은의 길>은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서 시작하여 스페인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000Km의 길입니다.
로마시대에 광물자원과 농산물등을 수송하던 포장도로를 따라 가는 길인데, 아직 정비가 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옛 사람들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조용하고 정감있는 소도시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여유로운 사색의 길을 원한다면 이 코스를 걸어 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포르투갈 길>은 650Km 길이의 길로, 프랑스 길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코스라고는 하지만 전체 순례길 방문의 10%도 안된다고 하니 프랑스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은 포르투갈의 소박한 마을과 바닷길을 걸으며 순례를 하는 코스인데, 약 13일 정도 소요되는 여정이고,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하여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도 도전해 볼 만한 곳인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프리미티보길> <잉그레스길><무시아-피스떼라길> 등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루고는 프리미티보길 위에 있는 도시입니다. ^^
그 옛날에 이렇게 다양한 각지에서부터 길을 떠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당도한 순례자들은 지치고, 혹은 병도 들고, 그 행색이 그야말로 처참할 정도로 꼬질꼬질 했을 겁니다.
지금은 그래도 숙박시설들에서 샤워와 세탁을 자주할 수가 있지만, 옛날 10세기에는 어디 그게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쉽지 않은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오는 동안에 먹는 것도 부실했을 것이고, 다치기도 했겠지요.
어떤이는 피부병이나 전염병에 걸려서 고생을 하면서도 신심 하나로, 또는 지은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혹은 구원을 염원하며 마침내 도착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순례자 미사를 올리면서 얼마나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찡 합니다.
이렇게 바라고 바라왔던 감동적인 순간을 더욱 신성하고 경건하게 신에게로 이끌어주는 의식이 있었으니
바로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라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거대한 향로에 향을 피워 올려 8명의 수사님들이 쇠줄을 잡아당겨 향로를 진자운동 시켜서 미사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그 향기를 뿌려주는 의식이었습니다.
11세기 무렵부터 이 향로 의식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이 보타푸메이로 향로는 무게가 무려 80Kg가량의 은 도금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향로인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약탈을 당하기도 하고, 또 어느 제왕의 기부를 받기도 해서 다시 제작되기도 했는데, 지금의 향로는 1851년에 만들어진 것이고, 1604년에 제작 설치된 도르레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향로를 걸어 움직이는 쇠줄은 자주 마모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준다고 해요.
이렇게 거대한 향로를 진자 운동을 시켜서 거대한 원호를 그리며 흔들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든 이에게 마침내 신의 향기가 골고루 뿌려지게 됩니다.
어쩌면 소독과 탈취의 의미로 출발된 의식이었겠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순례자 예배의 신성한 의식으로 승화된 보타푸메이로입니다.
요즘은 그 무게도 상당하고, 작동도 번거롭고, 고장도 가끔 나기때문에 평소에는 성당 부속 도서관에 보관하다가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 꺼내와서 쇠줄에 매달아 분향을 하는데,
순례자 미사가 있을 때마다 매번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아니어서 더욱 더 귀한 의식이 되었습니다.
원래 미사장면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 향로미사가 진행되는 장면만은 예외여서
향로에 불이 피워지고 성당 천정을 향해 들어올려지면 신부님들도, 수녀님들도, 순례자들도 일제히 한마음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
우리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입성하는 내일도 향로 미사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하나 품어보면서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마지막 하루 전날의 길 풍경은 마치
지금까지 걸었던 길들의 총정리라도 하듯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길고 다채로운 길들을 만나며 걸어온 끝에
우리는 오늘의 점심식사를 맞이 합니다.
지나가이드님이 자신있게 추천하신 메뉴
이베리코돼지의 갈비를 숯불로 바베큐하여 맛있게 내오는 메뉴입니다.
진짜~~~ 진짜~~~
신선하고 깔끔한 맛 그 자체였습니다.
특별한 소스를 발라 구운 것 같지 않고, 딱 소금만 뿌린 것 같은데, 너무 맛있었습니다.
내일은 설렁설렁 순례길의 마지막 날
대망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입성하여 대성당과 그 주변을 둘러보는 날입니다.
성당앞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감격도 함께 만끽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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