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팔일째 ... 2018년 7월 18일 수요일
여행 일정 ... 플레제르 산장으로 케이블카 타고 슝~ 샤모니 최대의 알핀로제 동산을 지나 락블랑까지 진군
눈얼음이 떠있는 락블랑에서 오랫만에 쌀밥 점심식사 후 아이벡스가 살고 있는 언덕을 지나 콜데몽테로 수직 하산
락블랑 호숫가 어느 바위에는
몽블랑을 닮은 하얀 머리로 목을 길게 늘이고 저기 멀리 보이는 몽블랑 봉우리를 사랑하는 풀꽃이 살고 있습니다.
몽블랑은 해발고도 4807m로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산 봉우리가 하얗게 빙하로 덮여있어서 하얀 산...몽블랑..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스위스 사람들이 체르마트에 마터호른을 감상하기 위해 여러 방향의 길과 케이블카와 기차들을 만들어 놓았듯이,
프랑스 땅 샤모니에도 몽블랑을 감상하고 등반하기 위한 트래킹 코스와 케이블카와 산악기차가 다양한 코스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청명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몽블랑을 마주보고 있는 에귀 루지 산군의 중턱에 예쁘게 앉아 있는 플레제르 산장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락블랑 호수까지 알핀로제가 붉게 피어있는 언덕길을 조금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락블랑 호수는 해발 2352m에 두개의 예쁜 호수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바람이 없는 맑은 날이면 몽블랑의 그림자를 거울처럼 아름답게 품어서 보여주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지난 번 체르마트에서는 리펠알프제에서 마터호른 반영을 끝내 못보고 아쉽게 내려왔었지요.
오늘 락블랑은 우리에게 예쁜 몽블랑을 보여줄까요?
궁금하네요.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고도 1875m인 플레제르 산장까지 단숨에 올라왔습니다.
맑고 가벼운 공기 속에서 기분 좋게 오늘의 산행을 시작하는 동지들입니다.
오늘부터는 각자의 체력과 의지에 따라 산행스케줄을 자유로이 조정하여 알프스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아예 플레제르에서 여유를 만끽하다가 샤모니로 귀환하겠다는 분도 계시고,
여기서 락블랑까지 갔다가 다시 플레제르로 내려와 케이블카로 샤모니에 가겠다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원래 예정되었던 코스로 락블랑에서 콜데몽테 고개로 내려와 몽록역에서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복귀하는 팀을 따라 나섰습니다.
햇살이 눈부신 의자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네요. ^^
출발하고 잠깐 걸었는데,
생각보다 부지런한 내 발은 어느 새 플레제르 산장을 저 아래로 조그맣게 밀어 놓았습니다.
산장 옆의 호수는 산불이 나면 쓰려고 저장해둔 소방용수래요.
보석처럼 예쁘네요.
우리 앞에 서 있는 에귀 루지 산군!!
그 속에 숨어있는 보석 락블랑(블랑 호수)을 찾아 고고고!!!
아이들도 촐랑촐랑 엄마를 따라 락블랑으로 올라갑니다.
수많은 발길들을 보니 락블랑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 장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어느 틈에 슬쩍 우리 일행이 된 꼬마와 엄마도 줄을 맞춰서 머리위로 무섭게 솟아 있는 저 바위를 향해 발을 옮깁니다.
바로 옆으로 락블랑과 같은 높이에 있는 앙덱스까지 가는 리프트가 다니지만,
이 동네 엄마들은 리프트를 태우지 않고 걸어 올라가게 합니다.
강하게 키우네요. ㅎㅎ
산 비탈에는 빽빽하게 들어선 알핀로제가 한창 피어올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어요.
발길을 옮기는 중에 하나 둘씩 분홍의 얼굴을 내미는 알핀로제
울긋불긋 알핀로제 동산 뒤로 몽블랑이 하얗게 빛나고 그 옆으로 에귀 디 미디 전망대도 보입니다.
지금 이 시절에 와야만 즐길 수 있는 알핀로제와 설산이 어우러진 절경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그대와 함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어디로 렌즈를 들이 댈 것인지 고민하시는 동장님
알핀로제 언덕 뒤로 당당히 서 있는 몽블랑 산군,
이렇게 깨끗하게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걸어가는 우리도 어느새 알핀로제가 되고
머리 위에서는 별빛처럼 빛나는 알핀로제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아득히 멀어진 플레제르 산장 그보다 더 아득히 아래로 흐르는 샤모니
깨톡! 오빠 지금 메르데 글라시어 빙하 앞에서 톡 하는거야~!
네? 저요?
지금 메르 데 글라시어 빙하 부르셨어요?
목 마른데 물 한모금 하고 갈까요?
저 고개를 넘으면 고지가 보일 것 같습니다.
락블랑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무척 반갑군요.
그러나 이 표지판을 지나고도...
한참을 더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아직도 눈이 채 녹지 않은 락블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호숫가를 빙 돌아 쉬어갈 자리를 찾아 가는 길에 들러 본 락블랑 산장은 아직 오픈도 안했어요.
별천지 같은 호숫가 바위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잠시 일광욕을 즐겨봅니다.
가만히 둘러보니 여기저기 바위위에서 몽블랑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풀꽃들이 저처럼 일광욕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자리에 깃든 저 알핀로제도 몽블랑을 향해 구애의 웃음을 날리고 있네요.
하루 종일 여기에서 놀았으면 좋겠지만,
떠나야 할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기대를 많이 했던 락블랑에 비치는 몽블랑의 반영은 생각만큼 선명하게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컷지만, 대신 동지들의 그림자가 락블랑에 떠서 걸어가는 모습은 예뻤습니다.
락블랑 산장 앞을 지나 두 개의 호수가 있는 쉐즈리를 지나 콜데몽테를 향해 바위를 내려갑니다.
한여름에 얼음 계곡을 건너서
바위 절벽에 박힌 철제 계단을 후들후들 떨며 내려갔던 난코스 쉐즈리 호수
아까 분명 얼음도 옆에 있었는데, 차갑지도 않은지...
아니면 저분은 엘사 인어공주이거나... ㅎㅎ
호수를 지나 언덕을 넘어.. 어느 새 몽블랑과 우리는 하나가 되고
이렇게 햇살아래 함께 웃습니다.
앗 아이벡스 가족들이 살고 있다더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났습니다.
저 아이벡스는요~
높은 산에서 경사진 곳에 적응하며 살아와서 왼쪽과 오른쪽의 다리길이가 다르게 진화했어요~
라며 설명하시는 듯 대장님의 열정적 몸짓
점심먹고 햇살 받으며 너울너울 내려오다 잠깐 짐을 내린 자리가 너무너무 따뜻합니다.
혼곤한 낮잠이 어찌나 맛있던지...
쉬면서 힘을 보충했으니
으쌰~ 이제 깎아지른 비탈길 내리막으로 접어 듭니다.
3년전에는 이 길로 올라오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힘든 코스라고 생각했었는데,
틀린 생각이 아니었네요.
이건 뭐 발가락 파괴 코스입니다.
악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저기 아래에 보이는 저 길까지 내려가는 겁니다.
이제 내리막 자신 있다는 말은 쏙 들어갑니다. 어흑
신나게 내려가다가 또 발견한 아이벡스에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
까마득히 멀어져 버린 야속한 사람들... 흑흑흑
정말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달려내려 가십니다. 어쩔...
아고고... 저기 밑에 드디어 콜데몽테 산장이 보입니다...
남들은 다 도착해서 맥주 한잔씩 하고 나서야 저는 겨우 엉덩이를 붙일 수 있었다는 슬픈 전설이...
저기 콜 데 몽테 산장에서 고개를 넘어 왼쪽으로 가면 스위스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프랑스인데요.
저번에 왔을 적에는 버스가 다니더니, 요즘은 샤모니로 가는 버스 노선이 없어졌다네요!!
그래서 우리는 저 산장에서 잠시 쉰 뒤 오른쪽 길로 걸어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몽록역에서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복귀합니다.
몽록역을 향해 내려가며
우리가 내려온 산을 올려보니...
오.. 과연 제가 저 산을 내려왔단 말입니까???
애들이 요즘하는 말로.. 이 경사 실화냐???
깔깔 거리며 몽록역에 도착하는 순간, 빨간 기차가 도착합니다.
.
놓칠세라 큰 소리로 불러세워 타고 내려오며 연신 즐거워 했던 길...
티켓을 구입할 필요도 없고, 검사도 없이, 관광객들과 주민들 모두 프리패스로 이용하던 기차와 버스
너무나 편리하고 쾌적한 샤모니 대중교통이었습니다.
아침에 플레제르 산장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알프스의 숲은 울창한 침엽수림으로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잘생긴 나무들이 곧게곧게 높이높이 자라서 큰 숲을 이루고 있는.. 저기에서 얼마나 좋은 피톤치트들이 많이 나올까 싶었지요.
그러나,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일본이나 알프스의 침엽수림은 아주 옛날에 사람들이 나무들을 심어서 만든 숲이랍니다.
보기에 아주 좋고, 삼림자원으로도 잘 활용될 것 같긴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고 보니, 한가지 수종만으로 조림을 했던 것이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오히려 그 지역 사람들에게 알러지를 유발하여 호흡기나 피부질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럽니다.
잡목이 우거지고, 여러가지 꽃과 풀이 공존하는 숲이 더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사회도 다양한 생각과 생활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건강한 이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내로 내려와 우리는 샤모니 시내의 명소들을 잠깐 둘러보며 몽블랑 등반으로부터 시작된 근대 등반의 역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렇게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몽블랑이 있습니다.
저 사진을 찍으면 꼭 다시 샤모니로 돌아오게 된다고 하는... ^^
자, 내일은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디 미디 전망대로 가는 날입니다.
바늘 끝에다 전망대를 세운 대단한 사람들과 그 위에서 조망하는 대단한 알프스
만년설을 걸어 올라 몽블랑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대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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