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열흘째 ... 2019년 7월 21일 일요일
여행 일정 ... 돌로미테의 제왕이라 불리는 트리치메 디 라바레도 (Tri Cime di Lavaredo) 주변을 거닐다.
나의 바람은 로카텔리 산장에서 머물며 트리치메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를 찍고,
휘감은 구름 너머로 화려하게 스러지는 일몰을 찍어 보는 것이었으나...
나중에 다시 와야 할 핑게를 남기고 들판 가득 피어있는 꽃과 함께 서 있는 트리치메를 보는 것으로 만족
구름 모자를 벗고 환하게 웃어 주는 트리치메
왼쪽부터 치마 피콜로, 치마 그란데, 치마 오베스트
꼬마 봉우리, 대장 봉우리, 서쪽 봉우리..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
밤새 천둥이 울고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는 다행히 좀 분이 풀린 모습입니다.
나가서 아침 호수를 찍고 돌아와, 제 방 발코니에서 또 다시 하늘을 살핍니다.
괜찮겠지요?
오늘 우리는 차를 타고 이 길을 따라 아우론조 산장까지 올라가서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완전 동그랗게 트리치메를 돌아보고 내려 옵니다.
그런데, 아니!!
어제 밤에 그렇게 비가 쏟아지더니, 출입통제가 되었답니다.
언제 길이 다시 뚫릴 지 모른다고 모든 차들이 주차장에서 대기하라고 합니다.
뜨헉
그렇지만, 신은 항상 우리에게 친절하셨습니다.
30분도 기다리지 않았는데, 길이 열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타고 구불구불 높이높이 아우론조 산장까지 왔습니다.
제군들 ! 대열을 정비하고 출발해 볼까요??!!
저기 아래에 보이는 호수가 있는 도시가 아우론조 디 카토레 입니다.
촛불의 결의에 동참하는 알도씨 ^^
라바레도 산장을 향해 출발~~~~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길도 넓어요.
바로 코 밑에서 올려다본 트리치메 ^^
주변의 산봉우리들이 모두다 이 트리치메를 경외하는 모습으로 서 있다 하여
돌로미테의 제왕, 혹은 주인공을 이 트리치메라고 한답니다.
라바레도 산장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남쪽 루트로 트리치메 암벽등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기 가운데 나 있는 여러갈래의 길들로 치마 피콜로, 치마 그란데등을 올라 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암벽등반 조는 아니라서 ㅎㅎ
옆으로 돌아서 올라가지요.
그래도 상당히 비탈길이죠 ^^
꼬마 봉우리라는 치마 피콜로가 가장 크게 우뚝 서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대단하군요.
부지런히 걸어 올라오니 이제 세 봉우리가 다 보입니다.
아 바로 이 모습이지요.
아.. 사진으로만 보던 모습이 눈앞에 실제로 있으니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다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
머물고 싶었으나 ....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자꾸 돌아봅니다.
이제 로카텔리 산장쪽으로 멀리 돌아 내려 갑니다.
점점 더 잘생긴 모습을 보여주는 트리치메
아쉬워 또 돌아보고
황량하기만 해 보이는 저기 돌 언덕에도 산양귀비가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참 신기하고도 기특합니다.
점점 멀어지는 트리치메가 제 등 뒤에 있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눈앞에 두고 보고 싶거든요. ^^
살짝 모퉁이를 돌며 돌아보니 꽃 목걸이를 한 모습으로 서 있는 트리치메
이제 방향을 틀어 트리치메가 올려다 보이는 꽃밭으로 들어갑니다.
로카텔리 산장으로 올라가지 않고 내려 가는군요.
이제 우리는 저 자리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입니다.
이번 트래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야외 도시락 식사입니다.
편하신 곳으로 모실게요~!
무리지어 앉아서 식사 시작 ^^
식후 까꿍
저는 또 바위틈에 피어있는 이 작은 꽃들에 눈이 빼앗겨서 한참을 카메라를 들이 댔으나
결과물은 신통찮아요 ㅎㅎ
멀리 길 가는 나그네도 예뻐 보이고
이제 길 떠날 차비를 하는 우리 팀도 참으로 예뻐 보입니다.
이자리에서 사진 찍는 제 모습입니다.
광각렌즈를 들고 접사를 찍는 무모함 ㅎㅎㅎ
권덕희 약사님 저 예쁘게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저기 아래 소들의 방목장으로 내려갔다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참 어마어마 넓은 곳이군요.
소떼가 편안하게 휴식도 하고 풀도 뜯고..
소들의 파라다이스 인것 같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목장이군요.
행복한 소들
이제 오르막입니다.
아마 이 오르막이 이번 트래킹의 마지막 오르막이 될것 같지요?
모퉁이를 돌아 길을 계속 갑니다.
천천히 천천히 마지막 오르막을 즐깁니다.
거의 다 올라 왔는지, 또 하나의 모퉁이가 나타납니다.
모퉁이를 돌자 다시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트리치메 삼형제
키가 낮은 관목 사이로 천천히 길을 즐기는 우리팀
바위에 핀 알핀로제 처럼 우리도 저렇게 피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제 우리가 이번 트래킹에서 마지막 카푸치노를 즐길 산장이 나타났습니다.
랑알름 산장 간판 아래에 트리치메 모양의 돌 세개로 장식해 놓은 재미난 산장
나란히 나란히 쉬어 갑니다.
우와~ 우리가 저 트리치메 보려고 여기 온거죠~
정말 멋있어요.
네팔의 타르초 같은 천 조각이 펄럭이며 트리치메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왼편으로 보면 저기 언덕 너머로 우리가 걸어온 목초지 분지가 있고,
더 멀리 아주 작은 점으로 로카텔리 산장도 보입니다.
꽃피는 계절에 당신을 만나 더 없이 행복했어요. ^^
하늘을 덮어오는 구름이 심상치 않다며
이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이 고개에 오면 이제 이 모습의 트리치메는 안녕입니다.
구름이 갑자기 몰려오고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뛰기 시작합니다.
우와 이 커플 겁나 빨리 뛰네요.
이제 저도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배낭 커버를 씌웠습니다.
그런데, 주차장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비옷은 안입었습니다.
아뿔싸
비가 아주 세차게 내렸습니다.
그래서, 배낭은 겨우 살렸으나 저는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리가 멀지 않아 체온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산에서 비가 조금이라도 시작되면 재빨리 비옷을 꺼내 입어야 한다는 사실..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마지막날 시원한 빗물 샤워로 트래킹을 마무리하고 미주리나 호수로 내려오는 동안
우리는 서로 무사히 일정을 마친 것에 대해 축하하고 즐거워 했습니다.
한바탕 거센 소나기를 뿌리더니 변덕쟁이 하늘은 다시 배시시 웃습니다.
우리는 비에 젖은 몸과 짐을 갈무리 하고
나와서 햇볕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카페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호수 산책도 하고
배도 타고
캠핑장에서 맥주도 한잔 하고요.
이른바 강주막 ㅎ
이렇게 마지막 날 저녁을 아쉬워 했습니다.
미주리나 호수가 드디어 거울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이렇게 사진으로 남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오리들의 유영속에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밤이 오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반짝이는 호수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10년을 품었던 꿈을 이루고
너무나 뿌듯하고 벅찬 마음과 떠나기 싫은 아쉬움으로 가득한, 가슴 두근거리는 밤이 왔습니다.
참으로 잘 짜여진 일정 속에서 안전하게 불편함 없이
좋은 동료들과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제게 주어지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요.
더 열심히 정성들인 일상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우러났습니다.
제가 잘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잘 하라고 주신 뜻이라 생각하고 소중히 일상을 가꾸겠습니다.
트리치메처럼 굳건하고 멋진 내공을 가진 사람으로 흔들리지 않고 살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밤새 했던 것 같습니다.
몇년이 흘러.. 저 트리치메 바위를.. 줄을 타고 올라가겠다고 나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허허허
무모한 도전의 아이콘.. ^^
적어도 한 번은 꼭 더 올것입니다.
로카텔리 산장에서 트리치메의 이마를 물들이는 일몰과 일출을
내 카메라로 담아보기 위해서 꼭 ^^
'해외 트래킹 >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래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래킹 ... 12 뜻하지 않은 선물.. 작은 도시 트레비소(Treviso) (0) | 2019.08.19 |
---|---|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래킹 ... 10 로맨틱한 브라이어스 호수와 천국같은 미주리나 호수 (0) | 2019.08.15 |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래킹 ... 9 다섯 개의 바위 친퀘토리 둘레길.. 알고 보면 바위타기 (0) | 2019.08.12 |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래킹 .. 8 지구의 지붕 사쏘 포르도이의 생소하고도 장엄한 풍경 속으로 (0) | 2019.08.08 |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래킹 ... 7 사쏘 룽고를 빙 돌아 알페 디 시우시 벌판을 만나다. (0) | 2019.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