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열 하루째 ... 2019년 7월 22일 월요일
여행 일정 ... 미주리나 호수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를 지나 남쪽으로...
중간에 트레비소에서 잠깐 관광과 점심식사 후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을 통해 출국 인천으로
옛날 베네토 왕국을 통치하던 왕은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를 잃고
왕비가 남기고 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공주의 재롱을 보는 낙으로 살아갔습니다.
이 귀하고도 예쁘지만 버릇 없는 공주 미주리나는 저기 산에 사는 마녀의 거울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 거울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신통력이 있었거든요.
공주는 늙은 아버지를 조르고 조르고 또 졸랐고,
그 아버지는 거울을 얻는 댓가로 어떤 것도 다 치르겠다는 조건으로 그 거울을 마녀에게서 얻어 냈습니다.
하지만, 마녀는 공주가 손을 뻗어 거울을 쥐는 순간 아버지인 늙은 왕을 바위산으로 변하게 했습니다.
공주 미주리나는 바위산으로 변하는 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라 울면서 거울을 떨어뜨렸고,
그 거울이 호수가 되어 지금의 미주리나 호수가 되었다는 전설...
가혹한 값을 치른 아름다운 미주리나 호수의 새벽은 이렇게도 신비롭군요.
오늘 우리는 서둘러 출발해서 중간에 잠깐 트레비소라는 도시를 들르게 됩니다.
앗!!
버스 앞에서 우리를 맞는 이탈리아 남자의 얼굴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등산을 책임졌던 알도는 어제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고,
로베르토라는 가이드님이 우리를 트레비소로 안내하고, 공항까지 배웅을 할 참이랍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길 안내를 잘 해주고,
한국의 여러 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던 가이드 로베르토님
가기 싫어서 밍기적 거리는 가방들
코르티나 담 페초를 지나 얼마를 달렸을까요.
지겹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서 들른 휴게소 마당에서
이야기꽃이 한창입니다.
내년에는 어디로 갈지 그거 정하느라 웃음 만발입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게 될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공항으로 가기 전에 오전 1시간만 우리는 트레비소라는 작은 도시를 관광하게 되었습니다.
트레비소는 실레강과 보테니가 강이 교차하는 비옥한 평야에 자리잡은 도시인데요.
고대 유물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도시래요.
원래 베네치아의 귀족들이 답답한 섬생활을 탈피하고 육지로 나오고 싶을 때 이용하던 별장들이 많던 곳이랍니다.
트레비소는 성벽이 시 외곽을 둘러싸고 있고, 그 옆으로 강이 흐르고, 해자를 통해 출입하는 형태로 되어있어요.
해자를 통과해 성문을 통과하면 시가지가 시작되지요.
벽돌길이 깔려있는 멋스러운 골목길
이 건물은 트레비소 박물관이예요.
저기 지붕에 굴뚝이 연기를 한번 걸러서 내보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컬러와 디자인의 나라 이탈리아의 화구상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도시는 작은 베네치아라고도 불리고
운하와 물레방아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도시 곳곳에 이렇게 운하가 흐르고 있습니다.
베네치아보다는 소박한 느낌의 운하와 예쁜 집들입니다.
곡물을 빻아서 가공하던 물레방아가 곳곳에 이렇게 남아있어요.
오리들이 온 힘을 다해 물살에 밀리지 않으려고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세요?
물살이 아주 세 보이는 이 강에는 물고기가 참 많이 산대요.
그래서 사냥하는 오리들도 여기에 꽤 많이 모인다고 하네요.
분홍셔츠를 입은 로베르토는 물레방아 터 바로 옆 휑한 공터로 우리를 데리고 갔습니다.
여기는 수산 시장이랍니다.
월요일에 쉬는데, 오늘이 마침 월요일이네요... 참으로 아쉽..
여기 수산시장에서는 주로 대구 종류를 많이 파는데,
그래서 그 대구는 여기 트레비소 지방에서 잡은 거냐 했더니..
아니랍니다.
노르웨이 산이라고... 띠로리~
그리고, 바람같이 날아서 바로 옆 채소 시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갑니다.
꺄오~ 이 색깔을 좀 보십시요.
이 재미있게 생긴 것은 틀림없이 양배추? ^^
그런데, 트레비소의 특산품은 사실 겨울에 나는 라디끼오(Radicchio)라고 하는 치커리 종류의 채소가 있는데요.
붉은색 잎을 가진 것이 특징이래요.
지금은 여름이라 시장에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시장 한켠에 현란한 꽃 테라스를 자랑하는 오래된 건물이 있었어요.
넘 예뻐서 다들 넋을 놓고 봤지요.
다음에 꼭 다시 이 트레비소에 오셔서
와인 한잔을 이 바에서 할 수 있기를 ...
컬러풀하고 시원한 테이블 셋팅
그 아래 테이블들은 갖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을 법하게 앤틱한 멋을 가졌군요.
저는 다음에 오면 이 테라스의 테이블을 예약하겠어요.
물소리를 들으며 앞에 앉은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든 사랑스러운 시간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시크릿 가든의 장미도 향기를 가득 내뿜고
오 우리는 뭔가 기념할 만한 건물 앞에 서있어요,
여기는 바로 베네통 본사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베네통의 산실이 여기래요.
아까 시장에서 본 컬러풀한 채소들과 아름다운 꽃과 하늘과 물의 색깔을 보고 자란 사람들이라
그렇게 탁월한 컬러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베네통 본사 앞의 작은 와인 바... 동네 맛집이라고 해요.
다음에 오면 여기도 찜 ^^
성 프란치스코 성당
패션 스트릿
이집은 유명한 구두 장인의 가게라는데, 오늘은 쉬나봐요.
트레비소 중심가의 두오모
트레비소의 가장 유명한 조형물 '가슴의 샘" Fontana Delle Tette
1559년에 길고 길었던 가뭄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는데 그때 만들어졌대요.
그때부터 200년간 1년에 3일동안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저기 가슴의 구멍에서 쏟아지도록 만들어서
도시사람들이 축제를 즐겼다고 해요.
트레비소는 프로세코(Prosecco)라고 하는 스파클링 와인이 유명한 지역이래요.
프랑스의 샴페인처럼 달콤 상큼한 축제의 와인이죠.
점심 식사하면서 마셔 보았는데, 아주 상큼하고 좋았습니다.
이제 레스토랑에서 와인 주문 하면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생겼어요. ^^
이곳은 "Lodge of Knights" 기사단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1270년 경 세워진 건물로 귀족들의 회의가 열리던 장소였대요.
트레비소의 역사가 살아있는 현장이라고 볼 수 있지요.
천정 외곽으로 남겨진 프레스코화가 아름답습니다.
요즘은 전시회나 콘서트, 자선행사등이 열리는 곳으로 이용되고,
이곳에 타란튤라 라는 서점이 있었는데, 그곳은 트레비소 사람들의 지식창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해요.
이 멋진 성당은 St. Leonardo 교회 입니다.
교회 앞에는 이렇게 예쁜 카페도 있고
버스 정류장은 뭐할라고 이렇게 예쁜지 ^^
정류장 앞 보석가게.. 저 하트 귀걸이 넘 예뻐서 찜!
운하 위에 예쁘게 지어진 집들의 반영을 찍어보고 싶었으나..
오늘의 물살은 도와 주지 않네요.
로베르토가 말하길
이 집 젤라또가 이탈리아에서 제일 맛있대요. ^^
사실 트레비소에는 프로세코 와인 말고도 유명한 먹을 거리가 하나 더 있어요.
"티라미수"케잌이 주인공이죠.
레이디 핑거 비스킷에 촉촉하게 에스프레소를 적시고,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로 만든 신선한 생크림을 얹어 코코아 가루를 뿌린 티라미수는
이 곳 트레비소의 레스토랑 레 베케리에( Le Beccherie)라는 곳에서 1962년부터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데요.
요즘은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지요.
로베르토에게 이 가게에 가서 티라미수를 맛보고 싶다 했더니
자기는 굳이 그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괜히 비싸기만 하고 맛도 특별하지 않다고 해요.
그러더니, 우리가 점심식사를 할 식당에 부탁해 놓았다고 하네요.
오 완전 기대됩니다. ^^
이제 우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돌아다니기를 멈추고 사자가 조각된 대리석 성문을 나와 해자를 건너 왔습니다.
성문 안에 오롯이 남아서 오늘을 숨쉬고 있는 예쁜 도시 트레비소에게 안녕을 고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점심을 먹고 이제 공항으로 갈 시간입니다.
실레강이 흐르는 옆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해산물 리조토와 크림스파게티를 먹고 프로세코 와인을 마시고
로베르토의 약속대로 아주 제대로 맛있는 티라미수까지 아주 훌륭한 점심식사를 하고
서둘러 마르코폴로 공항으로 가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아....산에서는 가볍고 산뜻한 공기가 우리를 신나게 하더니
도시로 돌아오니 벌써 뜨거운 공기가 느껴지고, 공항까지 시간을 다투어 오려고 하니 좀 힘이 듭니다.
아마 서울로 돌아가면 더 덥겠지요?
그리고, 이어질 우리의 일상은 더 뜨겁겠지요?
하지만, 겁나지 않습니다.
10년동안 마음에 품었던 곳에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채워진 에너지가 저의 배포를 두둑하게 해 주었고,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또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해서 새로운 트래킹 여행도 할 수 있겠지요.
세상을 향한 눈을 더 부드럽게 하고,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 이번 여행에 감사하며
트레비소에서 제 눈길을 잡아 끌었던
예쁜 창문 사진들을 보여드리며 글을 접으려 합니다.
비밀 스러운 열정이 숨어있을 것 같은 창문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듯한 창문
상큼한 거실이 숨어 있을 것 같은 창문
깊고도 완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은 창문
예쁜 아가씨가 하얀 얼굴을 쏘옥 내밀 것 같은 창문
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고색 창연한 창문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넉넉하게 품을 수 있고,
크게 떠들어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따뜻하게 비밀을 지켜주며
그러고도 바깥의 상쾌한 기운을 끌어들여 머리를 식혀주고,
푸른 하늘을 바라 보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창문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짧은 시간 동안 돌아다니느라 숨이 턱에 닿고
속속들이 볼 수 없어서 약간 아쉬웠던 트레비소...
다음에 트리치메의 일출을 찍으러 오면 하룻밤을 묵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테의 다리에서 천년을 흘러 천국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물소리를 들으며 프로세코 와인을 한잔 해야 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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